돈 詩 - 돈에 울고 시에 웃다
정끝별 엮음 / 마음의숲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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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돈 詩』는 돈과 연관이 있는 시들을 모아 놓은 시집이다. 엮은이는 돈에 관한 시들을 엮은 것만이 아니라, 그 시들 하나하나에 대한 해설을 덧붙이고 있다. 이러한 해설이 시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물론, 그 해설이 절대적이지 않음도 당연하지만 말이다. 아울러, 이처럼 한 가지 주제로 여러 시들을 묶어 우리로 하여금 그 주제에 대한 풍성한 시들을 감상할 수 있게 해줌이 참 감사하다.

 

돈은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 이제는 수단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삶을 간섭하는 절대자의 자리에 앉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런 돈의 절대성에 대해 시인은 이렇게 노래한다.

 

나는 어느덧 세상을 믿지 않는 나이가 되었고 //

이익 없이는 아무도 오지 않는 사람이 되었고 /

이익 없이는 아무도 가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

부모형제도 계산 따라 움직이고 /

마누라도 친구도 계산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 되었다 //

나는 그게 싫었지만 내색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고 //

너 없이는 하루가 움직이지 않고 /

개미 새끼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박용하, < 돈 > 전문

 

그렇다. 우린 이제 돈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된 것은 아닐까? 어쩌면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우린 자본주의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옳은지 그른지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가 바로 이러한 돈의 힘에 의해 좌우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생산수단을 가진 자본가 계급이 노동자 계급으로부터 노동력을 사서 생산 활동을 함으로써 이익을 추구해 나가는 경제 구조 또는 그 바탕 위에 이루어진 사회제도”

 

이러한 사전적 정의로 보더라도 우리 사회는 가진 자들이 갖지 못한 자들의 노동력을 돈으로 사서 이루어지는 활동 위에 세워진 사회이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는 노동력을 팔게 된다. 물론, 어떤 이에게 그 노동력은 남들보다 더 가치 있다 하여 노동에 비해 더 많은 것을 받는 반면, 또 어떤 이들의 노동력은 상대적으로 가치 없다 하여 적은 것을 받게 된다. 과연 그 가치는 누가 정하는 걸까? 물론, 가진 자들, 노동력을 사는 사람들이 정하는 거겠지. 그리고 그들이 정한 노동력 가치대로 대가를 받기 위해 자신들의 삶을 팔고, 또한 버텨낸다.

 

나는 소금 병정 / 한 달 동안 몸 안의 소금기를 내주고 / 월급을 받는다 /

소금 방패를 들고 / 거친 소금밭에서 / 넘어지지 않으려 버틴다 /

소금기를 더 잘 씻어 내기 위해 / 한 달을 절어 있었다

 

윤성학, < 소금 시 > 일부

 

이렇게 삶을 버텨내는 생활인들, 오늘도 삶을 위해 삶이 절어 있는 샐러리맨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그렇다면 시인의 노동력은 얼마나 평가 받을까? 아마도 많은 평가를 받지 못하나 보다. 그렇기에 이 시집 가운데 많은 시들은 시인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노래가 참 많다. 하지만, 이처럼 힘겨운 삶이 시인들의 삶뿐이겠는가? 오늘 대다수의 소시민들의 삶이 힘겨운 삶이다. 딱 먹고 살만큼 얻기 위해 다른 것에는 눈 돌릴 여력도 없이 살아가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가?(어쩌면 딴짓 하지 못하도록 먹고 살만큼만 노동력을 평가받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러니, 돈이 원수 아닌 원수가 되었다. 바라기는 돈 때문에 울지 않고, 돈 때문에 서러운 인생들이 적어질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돈을 초월한 노래가 마음을 따스하게 한다.

 

내게 땅이 있다면 / 거기에 나팔꽃을 심으리 /

때가 오면 /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랏빛 나팔 소리가 / 내 귀를 즐겁게 하리 /

하늘 속으로 덩굴이 애쓰며 손을 내미는 것도 / 날마다 눈물 젖은 눈으로 바라보리 /

내게 땅이 있다면 / 내 아들에게는 한 평도 물려주지 않으리 /

다만 나팔꽃이 다 피었다 진 자리에 / 동그랗게 맺힌 꽃씨를 모아 /

아직 터지지 않은 세계를 주리

안도현, < 땅 > 전문

 

나에게는 땅도 없다. 아이들에게 물려줄 변변한 재산도 없다. 하지만, 시인의 노래처럼 “아직 터지지 않은 세계”, 그것을 물려주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아이들에게 사랑의 꽃씨, 희망의 꽃씨, 꿈의 꽃씨를 모아준다. 결국엔 아이들의 삶 속에서는 그것들이 활짝 피어 아름다운 노래로 그네들의 삶을 즐겁게 하는 축복이 있길 소망한다.

 

『돈 詩』, 철저한 세속적인 주제이지만, 결코 세속적이지 않고, 도리어 먹먹함 가득한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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