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말을 하고 있나요? - 백 마디 불통의 말, 한 마디 소통의 말
김종영 지음 / 진성북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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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말을 하고 있나요?』란 책 제목만 봤을 때, 이 책은 혹 긍정적 말, 아름다운 말, 남을 세우는 말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완전히 벗어났다. 이 책은 말의 소통에 대한 책, 보다 정확하게는 수사학에 대한 책이다.

 

수사학이 무엇인가? 한 마디로 상대를 설득시키기 위한 기술이 아닌가? 즉 수사학이란 설득의 기술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수사학에 대해 저자는 1부에서는 수사학이 생성 발전하게 된 역사를 설명한다. 한 마디로 수사학의 계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 부분은 어쩌면 학문적인 느낌이기에 딱딱한 느낌, 때론 따분한 느낌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 부분을 건너뛰지 않길 권면한다. 수사학에 대해 확연하게 알 수 있도록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2부에서는 수사학적 소통의 원리 5단계를 설명한다. 사실 이는 저자가 구분한 단계라기보다는 고대 수사학에서 연설이 생산되는 다섯 단계의 과정 설명에 근거하고 있다. 고대 수사학에서 말하는 연설이 생산되는 다섯 단계는 다음과 같다.

1. 생각을 발견

2. 발견한 생각을 정리

3. 언어적으로 표현

4. 머릿속에 기억

5. 목소리와 몸짓으로 효과적으로 전달

 

바로 이 다섯 단계를 가지고, 저자는 수사학에서의 소통의 다섯 원리라고 이름 붙여 2부에서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다. 제1원리-생각의 원리, 제2원리-배치의 원리, 제3원리-표현의 원리, 제4원리-기억의 원리, 제5원리-전달의 원리 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다섯 단계의 원리들을 잘 숙지하게 된다면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설득의 기술, 수사학에 능통한 리더가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안에는 수사학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없지 않음도 사실이다. 이렇게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아마도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기술이라니, 그 안에 진정성이 없지 않겠느냐는 문제제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수사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말 잘 하는 기술도 아니고, 상대를 혹하게 할 분위기 조성도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한다. 설득에 필요한 3요소는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라고 말이다. 먼저, 세 번째 로고스는 설득하기 위해 하는 말 그 자체를 말한다. 물론, 이 말은 논리적인 설명이 따라야 상대를 설득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요소인 파토스는 내 말을 듣는 상대의 감정적인 부분을 말한다. 같은 말이라도 상대의 감정에 호소하여 설득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든다면, 동정심이나 증오심 등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바로 설득의 기술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첫 번째 요소를 눈 여겨 봐야 한다. 첫 번째 요소는 바로 에토스이다. 이것은 말하는 사람의 성품, 윤리적인 부분을 의미한다. 그러니, 수사학의 기본은 바로 이것 에토스에 있다.

 

수사학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게 하는 진정성의 문제는 바로 이 부분에서 해결된다. 진정한 설득의 기술은 말을 잘 하는 것도, 효과적인 전달을 위한 기술만도 아니다. 물론 이런 모든 것들을 동원하여 설득하게 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화자의 진실함, 화자의 인격, 화자의 성품, 화자의 윤리성에 있다.

 

우리는 이런 예를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회에서 오랜 시간 성도들을 맡아 목양한 나이 지긋한 목사님의 경우, 설교를 들어보면, 별로 참신한 내용도 아니요, 어떨 때는 논리적이지도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또 어떨 때는 발음도 좋지 않고,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성도들은 많은 은혜를 받게 된다. 왜 그렇겠는가? 바로 이 부분이다. ‘에토스’, 오랜 시간 성도들이 목회자를 삶으로 겪어 나가며, 그 인격에 감화되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설득의 기술, 수사학인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만이 아니다. 이스크라테스의 경우, 수사학 교육이란 연설을 잘 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성품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즉 말 잘하는 것을 지향하는 것이 아닌, 올바른 성품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사학의 또 다른 대가인 퀸틸리아누스 역시 수사학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알아야 할 교양과 건전한 시민으로서 지녀야 할 윤리와 정치적 덕목이라고 말한다. 역시 에토스가 강조되고 있다. 이처럼, 수사학이라고 해서 얕은 말장난이나 전달 방법 내지 기술이라고 착각하지 않아야 한다.

 

바로 이처럼 수사학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짚어주고 있음이 이 책의 장점이 아닐까 여겨진다. ‘바른’ 생각, ‘좋은’ 생각, ‘훌륭한’ 생각을 가지고 말과 행동을 동원하여 상대를 설득하는 기술이 바로 수사학이다.

 

아울러 저자는 수사학이 설득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상대’만이 아님을 언급한다. 이 ‘설득’에는 ‘나’도 포함된다. 이것 역시 어쩌면 수사학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 대한 바른 교정이 될 듯싶다. 수사학이라고 하면, 내 주장으로 상대를 설득하고 제압하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니다. 설득의 대상에는 ‘나’ 역시 포함된다.

 

아무리 설득의 기술이 뛰어난 사람들이 가득하다 할지라도 그들이 모두 설득의 대상에서 ‘나’를 제외하게 된다면, 그런 사람들로 가득한 사회는 소통의 사회가 아닌, 도리어 불통의 사회가 된다. 오늘 이 시대에 말 잘하는 사람들이 왜 없겠나? 오늘 이 시대에 설득의 기술이 뛰어난 사람들이 왜 없겠나? 그럼에도 왜 이 시대는 여전히 불통의 시대로 인식되는 것일까? 바로 여기에 그 원인이 있다. 모두들 ‘자신’은 설득의 대상에서 제외하기 때문이다. 정치인도, 종교인도, 모두 타인만을 설득의 대상으로 삼게 된다면, 그런 사회는 더욱 불통의 사회가 될 뿐이다.

 

이렇게 ‘바른’ 수사학을 갖춘 사람이야말로 이 시대의 리더가 된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수사학에 대한 책만이 아닌, 리더십에 대한 책이 되며, 자기계발 분야의 책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 ‘바른’ 수사학을 갖춤으로 이 시대가 더욱 소통이 되는 시대가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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