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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트 선장의 아이들 1 ㅣ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11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14년 12월
평점 :
『해저 2만리』, 『15소년 표류기』, 『80일간의 세계일주』등으로 유명한 쥘 베른의 『그랜트 선장의 아이들』의 책장을 펼치며, 어린 시절 그의 글을 읽으며, 넓은 세상을 향한 동경,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모험의 세상을 향한 꿈을 키워나가던 그 흥분을 느끼게 된다. 이런 기분 좋은 흥분과 함께 책을 읽기 시작한다. 책을 읽으며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19세기의 책임에도 그 기발한 아이디어가 부럽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19세기 작품이라 그럴까? 왠지 지루함도 없지 않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어쩌면 21세기를 살아가는 자답게(?) 이미 나 역시 자극적인 전개에 익숙해 진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과 함께 말이다.
전3권으로 구성된 『그랜트 선장의 아이들』 가운데 첫 번째 책으로 그럼 한 번 들어가 보자. 스코틀랜드 귀족 글레나번은 항해 중에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된다. 우연히 잡게 된 상어의 뱃속에서 유리병 하나를 발견하게 된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된 3장의 문서는 각기 다른 언어로 적혀 있는 구조요청 문서였는데, 그 문서는 이미 물에 지워져 군데군데 몇몇 문자만이 보이고, 이렇게 보이는 문자들을 조합하게 된다. 이를 통해, 이 문서는 그랜트 선장이 포로가 되며 구조요청한 문서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일을 위해 스코틀랜드 귀족 글레나번은 직접 구조대를 구성하여 남아메리카로 떠나게 된다. 물론 이 일행에는 그랜트 선장의 아이들인 남매도 함께 하게 된다.
한편 이렇게 떠나는 배에는 예정에도 없던 실수투성이 지질학자인 파가넬이 타게 된다. 그는 옆에 있는 다른 배에 타야 할 사람이었지만, 실수로 글레나번의 배에 타게 된 것. 하지만 이 일이야말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신의 섭리로 이해되어진다. 천재적인 지질학자 파가넬이야말로 이 모험, 이 여행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물이었기에 그렇다. 뿐 아니라, 그들은 남아메리카 횡단 여행을 하며, 그들 탐험단에게 절대적 도움을 주는 인디언 탈카베도 우연히 만나게 된다. 이처럼 쥘 베른은 우연한 만남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 뒤편의 신의 섭리를 드러낸다.
뿐 아니라, 이 책에서 펼쳐지는 모든 모험은 의로운 모험이라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쥘 베른이 그려내는 모험이 아름다운 이유다. 곤경에 처한 누군가를 먼저 생각하며, 그 생명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위험한 모험의 세계에 던져 넣는 용기와 결단. 그렇기에 쥘 베른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며 그 모든 모험이 두렵기보다는 오히려 마땅하게 여겨지며, 더 큰 뭔가를 얻게 될 것을 기대하게 한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쥘 베른의 또 다른 철학을 발견한다. 그것은 힘겨움 가운데서도 행복을 찾는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런 철학이 있기에 수많은 모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모험이야말로 힘겨운 시간이고, 고난의 시간이기에. 하지만, 쥘 베른은 이러한 모험을 통해, 오히려 그 가운데서 행복을 만들어 내고, 그 행복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이처럼, 쥘 베른의 철학을 잘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범람하는 물속에서 위기에 놓인 대원들을 향해 천재적 지질학자 파가넬이 전하는 이야기에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안락이 적으면 적을수록 욕구도 적고, 욕구가 적으면 적을수록 사람은 행복한 법이에요.”(316쪽) 이렇게 말하는 그는 또 하나의 우화를 전한다.
행복하지 않은 왕자에게 행복을 전해줄 수 있는 방법을 구하자 현자는 말한다. 행복한 인간의 셔츠를 입게 되면 왕자가 행복해진단다. 그래서 왕자는 이 셔츠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아무리 권세 있는 왕의 셔츠, 빼어난 예술가의 셔츠, 부유한 상인의 셔츠를 입어 봐도 소용이 없다. 세상을 두루 다녀봤지만, 결국 그 영험한 셔츠는 찾을 수 없어 결국 집으로 돌아오다 왕자는 밭에서 농부가 행복하게 노래 부르며 일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한 눈에도 너무나도 행복한 사람으로 보여 농부에게 묻는다. “당신은 행복합니까?” 그러자 농부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농부에게 그 행복을 왕의 처지와 바꾸고 싶지 않느냐 물어도 전혀 그럴 마음이 없단다. 그래서 왕자는 그 농부에게 농부의 셔츠를 팔 것을 요청한다. 그러자, 그가 이렇게 말한다. “내 셔츠를 팔라고! 난 셔츠 따위는 갖고 있지 않은걸!”(317-8쪽)
이 유명한 우화가 바로 쥘 베른의 철학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행복은 소유에 있지 않다. 그렇다면 어디에 있을까? 이 책에서 드러나는 행복은 난처한 상황에 처한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모험을 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연대, 그리고 그 뒤편에 작용하는 신의 섭리, 바로 여기에 행복의 요인이 있다. 얼마나 멋진 행복인가! 오늘 우리 모두에게 이런 행복이 덧입혀지길 소망한다.
그렇다면 과연, 글레나번과 그 대원들, 그리고 함께 하게 된 그랜트 선장의 두 아이들은 아버지를 찾고 구하게 될까? 이것을 알기 위해, 이제 2편을 통해, 함께 호주로 모험여행을 떠나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