랴오즈 - 생명의 아름다움에 감사하라
랴오즈 지음, 허유영 옮김 / 작은씨앗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언제나 다양한 불안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린 이런 걱정을 해볼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사라져버린다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갑작스런 죽음을 바로 눈앞에서 겪게 된다면?’ ‘어제까지 건강하던 몸이 사고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된다면?’

 

물론, 이런 일들이 우리의 삶 가운데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가정들은 어느 날 갑자기 우리의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위에서 말한 가정들 가운데 어느 하나만 우리에게 닥쳐도 우린 견딜 수 없이 힘겨워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 이 모든 일을 하루아침에 경험하게 된 한 여인이 있다. 바로 랴오즈라는 중국여성이다. 바로 이 책, 『랴오즈-생명의 아름다움에 감사하라』의 저자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랴오즈는 어릴 적부터 노래를 좋아하고, 무용 선생님이 되고 싶어 하던 꿈 많던 아가씨였으며, 당시 사고가 나던 때에는 예쁜 딸을 둔 26살 새댁이기도 했다. 하지만, 엄청난 지진이 도시를 휩쓸고 가면서 그녀의 집인 7층 아파트는 무너져 내렸고, 그녀는 그 아래 깔리고 만다. 아직 돌이 채 지나지 않은 사랑하는 딸 그리고 시어머니와 함께 말이다.

 

처음 지진으로 무너져 내린 잔해 속에서 랴오즈와 시어머니는 모두 생존해 있었다. 물론 서로 볼 수는 없지만, 서로 대화가 가능했다. 딸의 안부를 궁금해 하는 며느리 랴오즈에게 시어머니는 손녀가 잠들었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듣고 랴오즈는 사랑하는 딸이 죽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애써 ‘잠들었다’말을 진짜 잠들었음으로 믿고자 한다. 하지만, 얼마 후, 함께 대화하던 시어머니 역시 ‘잠들고’, 사랑하는 딸 역시 영원히 잠들었음을 안 랴오즈는 밖에서 외치는 소리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자신이 살아야 할 존재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에.

 

하지만, 결국엔 밖에서 흐느끼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자신이 살아 있음을 다시 외치게 되고, 7층 아파트가 무너진 잔해 속에서 기적처럼 구조된다. 오직 유일하게 랴오즈만이 그 아파트에서 구조된 것이다. 하지만, 그 사고로 랴오즈는 결국 두 다리를 포기해야만 했다.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고, 삶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폐허로 변하였으며, 자신의 건강하던 두 다리마저 잃은 랴오즈. 하지만, 그녀는 그 절망의 자리에서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슬픔의 자리를 딛고 일어서게 된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부러 슬픔을 몰아내기 위해 우스갯소리를 함으로 자신뿐 아니라, 함께 병원에 있는 환자들을 밝게 한다. 언제나 밝게 웃으며 사람들을 대함으로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들마저 랴오즈의 팬으로 만든다. 그리고는 많은 이들이 포기하는 의족으로 일어서는 훈련을 감당해나간다. 순간순간이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결국엔 자신에게 부여된 새로운 두 다리로 서게 된다.

 

물론, 그 과정 가운데 수없이 넘어졌다. 그런 넘어짐과 고통의 순간들에 대해, 랴오즈는 넘어짐은 인생의 필수과목이라고 말한다. 넘어지는 일들은 물론 대단히 아픈 일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아픔도 축복임을 랴오즈는 말한다. 아픔을 아픔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큰일이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아무리 커다란 고통이라 할지라도 참을 수 없는 고통은 없다 말한다. 심지어 아무리 큰 고난도 상상한 것만큼 고통스럽지는 않다고 말이다. 그러며, 랴오즈는 고통의 현실에 당당하게 맞서 이겨낸다. 그런 그녀의 일어섬이 감사하며, 그런 열정에 박수와 축복을 함께 보낸다.

 

랴오즈는 자신만이 그 고통 속에서 일어섬에 그치지 않고, 5년 후 야안에서 다시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자원봉사자로 고통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펼치기도 한다. 그리고 삶 속에서는 당당히 무용가로 서게 된다.

 

이러한 랴오즈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가며, 때론 눈물짓게 되고, 때론 화가 나기도 하며, 때론 감동하게 된다. 그리고 랴오즈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랴오즈가 일어서는데, 내가 일어서지 못할 것이 무어냐는 자신감도 갖게 된다.

 

랴오즈는 한 동안 자신의 사랑하는 딸을 생각하며 아이들을 가까이 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러던 그녀가 결국엔 많은 아이들을 품게 되는데(이 가운데는 지진으로 장애를 갖게 된 수많은 아이들이 있다), 그 후 이렇게 고백한다. “하나님이 내 아이를 데려간 이유는 내가 받은 상처로 다른 아이들을 축복하라는 하늘의 뜻”이라고 말이다.

 

그렇다. 우리에게 원치 않은 고통의 순간들, 실패의 순간들, 아픔의 순간들이 주어질 때가 많다. 우린 그 아픔의 순간들을 그저 원망하고 보내버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아픔과 눈물조차 우리에게 주시는 사명이 될 수 있다.

 

예를 든다면, 건강한 사람은 병든 자의 심정을 잘 공감할 수 없다. 그리고 건강한 사람이 병든 자에게 행하는 위로는 어쩌면 공허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육체적 고난을 경험한 사람의 위로는 공감하게 된다. 같은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원치 않는 눈물의 순간들, 고통의 시간들조차 누군가를 향한 축복의 선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은 오늘 나에게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깨닫게 해주며, 또한 어떤 상황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알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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