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왕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3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올리퍼 푀치의 『사형집행인의 딸』시리즈 3번째 책인 『거지왕』은 명불허전이다. 적지 않은 600페이지 이상이 분량이지만, 흥미진진하여 몰입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책을 덮은 뒤에도 한참 그 잔상이 남기도 한다.

 

숀가우 지방의 사형집행인 야콥 퀴슬은 멀리 레겐스부르크에서 살고 있는 여동생에게서 위급하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그곳으로 향한다. 그런데 그곳에서 그만 숀가우의 사형집행인은 여동생과 매제의 살인누명을 쓰고 붙잡히고 만다.

 

또 한편 야콥 퀴슬의 딸 막달레나는 숀가우 지방의 의사 아들이자 그 자신도 의사인 지몬 프론비저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둘 사이는 천대받는 사형집행인의 딸과 존경받는 의사로서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신분의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시기하고 멸시하며 괴롭히는 숀가우의 유력자들과 그 추종자들이 있어, 이 괴롭힘을 피해, 둘은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이게 된다. 그들 역시 막달레나의 고모가 자리 잡고 살고 있는 레겐스쿠르크 지방으로 가는 데, 그곳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소식은 고모와 고모부의 죽음, 그리고 살인자로 옥에 갇힌 아버지에 대한 소식이었으니.

 

이에 이 둘은 아버지를 구출하기 위해 동분서주 애쓰게 된다. 이 때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자들이 있었으니, 바로 레겐스부르크의 지하에서 거지들을 통치하는 거지왕 현자 나탄, 레겐스부르크 뗏목 마스터로 자유인들의 리더인 카를 게스너, 그리고 베네치아의 대사로 와 있던 필립 토이버였다. 과연 이들의 도움은 진심일까? 막달레나와 지몬은 이들 중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할까? 바로 이 안에 엄청난 음모와 반전이 있다.

 

과연 숀가우의 살인집행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으려는 숨은 음모자는 누구이고, 또한 막달레나의 고모와 고모부를 죽인 자들은 어떤 음모를 품고 있을까? 이 소설은 끝까지 마음을 졸이게 한다. 그리고 그만큼 재미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역사적 배경, 그리고 당시의 사회상은 분노를 일으키게 한다. 힘을 가진 자들이 사회적인 약자들을 향해 휘두르는 불의 앞에 화가 난다. 아울러 그러한 불의에도 불구하고 종교라는 가면 아래 숨어 신앙이 있는 것처럼 말함이 참 가증스럽기도 하다.

 

성경에 의하면 하나님이 세상을 멸하는 그 유명한 노아의 홍수 장면이 나온다. 아마도 교회에 다니지 않은 분들조차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는 내용일 것이다. 그런데, 당시 세상의 멸망의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는 교회에 오래 다닌 분들조차 잘 모르는 듯하다. 당시 하나님이 세상을 멸하기로 작정하신 이유 가운데 하나는 세상에 강포가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여기 이 ‘강포’라는 단어는 히브리어로 ‘하마스’란 단어인데, 이는 ‘폭력’을 뜻한다. 힘 있는 자들이 힘없는 자들을 향해 함부로 휘두르는 폭력, 많이 가진 자들이 더 갖기 위해, 그리고 자신들의 권력을 지켜내기 위해 약한 자들을 향해 휘두르는 폭력이 바로 이것이다. 이는 세상의 멸망을 초래할 만큼 엄청난 죄악이다.

 

『거지왕』의 밑바탕에는 바로 이 죄악에 대한 저자의 고발이 깔려 있다. 물론 저자가 의도하지 않았을지라도 독자의 입장에서 이 폭력이 자꾸 눈에 밟힌다. 그리고 결국 그러한 폭력을 휘두른 자들의 몰락도 소설은 보여준다.

 

오늘 우리 곁에 이런 폭력들이 가득하진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요즘 또 다시 대두되는 갑의 횡포, 일명 ‘갑질’이 바로 이 ‘하마스’, 폭력과 다르지 않다. 이는 노아의 홍수를 초래할만큼 결코 가볍지 않은 죄악임을 기억하면 좋겠다.

 

아무튼 『거지왕』, 너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혹 또 다른 이야기는 없는지 찾을 만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