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손바닥
가네꼬 미수주 지음, 고오노 에이지 옮김 / 책마루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우리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가 윤동주시인의 서시라는 기사를 어디에선가 본 기억이 있다. 가히 윤동주시인은 요즘 말로 국민시인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감히(?) 그런 윤동주시인에 비교되는 시인이 여기 있다. 바로 여류 동요시인인 가네꼬 미수주가 그 주인공이다. 일본의 윤동주 시인이란다.

 

그 시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감상해본다. 역시 그런 찬사를 들을만한 아름다운 동시들이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너무나도 예쁘고, 아름다운 시인의 마음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시가 가득하다. 이렇게 예쁜 시를 읊조렸던 시인이 26세의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음이 안타깝다. 더 많은 시를 우리에게 남겨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만큼 그 시가 예쁘다. 특히, 어른이 동심의 세상을 엿보며 어설프게 아이의 입장에서 노래하는 느낌이 아닌, 진짜 아이가 때 묻지 않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노래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예쁜 시들이 참 많지만, 그 가운데에서 시인의 마음, 시인의 영성을 느낄 수 있는 시 몇을 소개해본다.

 

엄마 / 집 뒤 나무 밑에 / 매미 옷이 / 있었어요 //

매미도 더워 / 벗었어요 / 벗고 잊고 / 가버렸어요 //

밤이 되면 추울 텐데 / 어디로 갖다 / 줄까요

< 매미의 옷 > 전문

 

매미가 변태하며 벗어놓은 허물을 시인은 매미가 벗어 놓은 옷으로 바라본다. 너무 더운 날씨에 매미가 벗어 놓은 옷으로. 그리고 그런 매미가 이제 밤이 되면 추워할까 걱정하는 그 마음.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인가!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지며 흐뭇해지는 시가 아닌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맙시다 / 아침 뜰 한 구석에서 / 꽃이 살며시 우는 일 //

만약 소문이 퍼져 / 벌의 귀에 들어가면 /

나쁜 짓이라도 하듯이 / 꿀을 돌려 드리려 갈 것이니

< 이슬 > 전문

 

아침 이슬을 꽃이 흘리는 눈물로 바라볼 수 있는 그 마음이 부럽다. 그런 눈을 나 역시 가졌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렇다면 꽃이 왜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나? 그건 벌이 꽃의 꿀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그러면 벌이 나쁜 녀석일까? 아니다. 시인은 벌이 나쁘다 말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맙시다’ 말한다. 만약 꽃이 울고 있음을 벌이 듣게 된다면, 벌이 마치 나쁜 짓이라도 한양 꿀을 돌려주려 할 테니 그래서는 안 된단다. 꿀을 빼앗고 울고 있는 꽃, 그리고 벌 역시 나쁘지 않은 착한 마음의 소유자로 묘사하며 노래하고 있음이야말로 시인의 아름다운 영성을 알게 한다.

 

위에 눈 춥겠다 / 차가운 달빛 내려 있고 //

아래의 눈 / 무겁겠다 / 몇 백명을 등에 업고 //

가운데 눈 / 외롭겠다 / 하늘도 땅도 못보고

< 쌓인 눈 > 전문

 

시인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예쁘지 않은가! 쌓인 눈을 보며, 위에 있는 눈은 차가운 달빛 때문에 추울까 염려하며, 아래의 눈은 무거울까 걱정한다. 그렇다면 가운데 눈이 제일 좋을까? 아니다. 가운데 눈은 위의 하늘도, 아래의 땅도 볼 수 없기에 외롭겠다며 안타까워한다. 얼마나 예쁜 마음인가? 우리에게 이런 마음이 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영성과 마음을 소유한 시인이 불행한 환경 속에서 결국엔 자신의 목숨을 다하게 됨이 가슴 아프다. 반면 이율배반적으로 이처럼 예쁜 시를 알게 되어 행복하다.

 

너무나도 예쁘고 좋은 시집이다. 단지 아쉬운 점은 출판사의 출판준비가 너무 미흡했음이다. 시 본문들에도 오타가 곳곳에 보인다. 시집의 오타는 처음이다. 뿐 아니라, 책날개의 저자 소개에도 오타가 있다. 나는 시집 뒤편에 수록된 해설은 거의 읽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나도 예쁜 시의 여운을 즐기기 위해 뒤에 수록된 해설을 읽다가 다 읽지 못하고 책장을 덮고 말았다. 그곳에는 더 많은 오타가 마치 지뢰밭처럼 날 공격하기에. 이런 아쉬운 점을 고쳐서 다시 책을 출판한다면 너무나도 좋은 시집, 요즘 말로 강추 할 만한 동시집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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