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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나라 오이제국
윤예지.벤자민 필립스 글.그림 / 로그프레스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여러분은 땅콩버터와 오이피클이 어떻게 만들어지기 시작했는지 아시나요? 여기 땅콩버터와 오이피클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밝히는 아주아주 매우매우 슬픈 이야기가 있답니다. 제가 이처럼 ‘아주아주 매우매우’라며 유난을 떠는 이유는 이 그림책은 한 번도 밝은 분위기를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밝은 분위기 대신 이 책은 어두운 분위기만을 느끼게 해줍니다. 두려움, 절망, 슬픔, 절규, 분노, 미움, 다툼, 전쟁, 복수, 죽음, 전락 등이 대략적인 느낌이랍니다. 무슨 땅콩버터와 오이피클의 유래에 이런 엄청난 분위기를 동원하느냐고요? 궁금하시나요? 그렇다면 살짝 알려드릴까요?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105/pimg_7045701931131387.jpg)
아주 먼 옛날에는 땅콩과 오이가 아직 농작물이 아니었답니다. 이들은 외딴 섬나라에서 함께 어울려 행복하게 살고 있었답니다. 물론, 우리처럼 말도 하고,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말입니다. 그러니 그 당시에는 온통 노랫소리와 웃음소리만이 가득했겠죠?
하지만, 이런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답니다. 언제부터인지 땅콩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답니다. 그리곤 차가운 시체로 발견되곤 하였죠. 점차 땅콩들은 두려움과 절망, 슬픔이라는 감정아래 신음하게 되었고요. 그러다 이 비극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답니다. 오이들이 몰래 땅콩들을 붙잡아 가마솥에 끓여 땅콩버터를 만들고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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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105/pimg_7045701931131390.jpg)
당연히 땅콩과 오이의 전쟁이 시작되었고요. 전쟁이란 게 그렇듯 승자도 패자도 없이 모두가 피해자가 되었답니다. 물론 외면적으로는 처음엔 오이가, 다음엔 땅콩이 승리하였지만 말입니다. 이들 모두는 ‘인간’이라 불리는 족속들에게 점령당하고 말았거든요. 결국 그들 모두는 화려했던 옛 영화는 잊고 농작물이 되고 말았고요.
그렇다면, 오이피클의 유래는 어떻게 된 거냐고요? 이건 비밀이랍니다. 책 내용을 다 말할 순 없잖아요!
아무튼 이 동화는 참 끔찍한 내용을 담고 있답니다. 그럼에도 왠지 끔찍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건, 나 역시 ‘인간’이기 때문이겠죠? 그네들은 그저 농작물에 불과하고 말입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메시지는 있답니다. 전쟁은 결국 모두를 황폐케 한다는 것 말입니다. 다툼은 결국 행복하던 시간, 평화롭던 시간을 이제는 환상 속에나 존재하는 이야기, 먼 옛날이야기로 돌려버렸답니다. 예전에 오이와 땅콩은 서로 크기도 다르고 모양도 달라도 행복하게 하나되어 살았는데 말입니다. 이젠 영원히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게 되어버렸네요. 혹 우리 역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슬픈 마음이 드네요. 어쩌면 작가는 우리에게 이것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었을까요?
앞으로는 땅콩버터와 오이피클을 먹을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것 같아 울적하기도 하네요. 그래도 여전히 맛나게 먹겠죠?
[ 로그프레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
[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