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나라 오이제국
윤예지.벤자민 필립스 글.그림 / 로그프레스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여러분은 땅콩버터와 오이피클이 어떻게 만들어지기 시작했는지 아시나요? 여기 땅콩버터와 오이피클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밝히는 아주아주 매우매우 슬픈 이야기가 있답니다. 제가 이처럼 ‘아주아주 매우매우’라며 유난을 떠는 이유는 이 그림책은 한 번도 밝은 분위기를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밝은 분위기 대신 이 책은 어두운 분위기만을 느끼게 해줍니다. 두려움, 절망, 슬픔, 절규, 분노, 미움, 다툼, 전쟁, 복수, 죽음, 전락 등이 대략적인 느낌이랍니다. 무슨 땅콩버터와 오이피클의 유래에 이런 엄청난 분위기를 동원하느냐고요? 궁금하시나요? 그렇다면 살짝 알려드릴까요?

아주 먼 옛날에는 땅콩과 오이가 아직 농작물이 아니었답니다. 이들은 외딴 섬나라에서 함께 어울려 행복하게 살고 있었답니다. 물론, 우리처럼 말도 하고,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말입니다. 그러니 그 당시에는 온통 노랫소리와 웃음소리만이 가득했겠죠?

 

하지만, 이런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답니다. 언제부터인지 땅콩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답니다. 그리곤 차가운 시체로 발견되곤 하였죠. 점차 땅콩들은 두려움과 절망, 슬픔이라는 감정아래 신음하게 되었고요. 그러다 이 비극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답니다. 오이들이 몰래 땅콩들을 붙잡아 가마솥에 끓여 땅콩버터를 만들고 있었거든요.

당연히 땅콩과 오이의 전쟁이 시작되었고요. 전쟁이란 게 그렇듯 승자도 패자도 없이 모두가 피해자가 되었답니다. 물론 외면적으로는 처음엔 오이가, 다음엔 땅콩이 승리하였지만 말입니다. 이들 모두는 ‘인간’이라 불리는 족속들에게 점령당하고 말았거든요. 결국 그들 모두는 화려했던 옛 영화는 잊고 농작물이 되고 말았고요.

 

그렇다면, 오이피클의 유래는 어떻게 된 거냐고요? 이건 비밀이랍니다. 책 내용을 다 말할 순 없잖아요!

 

아무튼 이 동화는 참 끔찍한 내용을 담고 있답니다. 그럼에도 왠지 끔찍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건, 나 역시 ‘인간’이기 때문이겠죠? 그네들은 그저 농작물에 불과하고 말입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메시지는 있답니다. 전쟁은 결국 모두를 황폐케 한다는 것 말입니다. 다툼은 결국 행복하던 시간, 평화롭던 시간을 이제는 환상 속에나 존재하는 이야기, 먼 옛날이야기로 돌려버렸답니다. 예전에 오이와 땅콩은 서로 크기도 다르고 모양도 달라도 행복하게 하나되어 살았는데 말입니다. 이젠 영원히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게 되어버렸네요. 혹 우리 역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슬픈 마음이 드네요. 어쩌면 작가는 우리에게 이것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었을까요?

 

앞으로는 땅콩버터와 오이피클을 먹을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것 같아 울적하기도 하네요. 그래도 여전히 맛나게 먹겠죠?

 

[ 로그프레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

[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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