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왕 징검다리 동화 19
이정록 지음, 노인경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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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마을에서 ‘빨간 코 그림 대회’를 연답니다. 왜 대회 이름이 “빨란 코”냐면, 이 대회를 주최하는 여우 아저씨의 코가 빨개서랍니다. 빨간 코 여우아저씨는 ‘왕사탕 크레파스’회사의 사장이고요. 그래서 그림 대회에서는 꼭 ‘왕사탕 크레파스’로 그려야만 합니다.

 

그런데 그림 대회에 참가비를 많이 낸 친구에게는 커다란 종이를, 조금 낸 친구에게는 작은 종이를 주네요. 아기 다람쥐 토리는 아주 작은 종이를 받았답니다. 게다가 토리의 ‘왕사탕 크레파스’는 형이 쓰던 거랍니다. 그래서 예쁜 색은 없고, 잘 안 쓰는 색만 남았네요. 그래서 토리가 그려놓은 그림은 어둡고 우울하기만 하답니다. 토리는 결국 그림을 내지 않고 그냥 집으로 돌아와 버렸답니다.

 

‘빨간 코 그림 대회’ 왠지 못된 그림 대회네요. 빨간 코 여우 아저씨도 마찬가지고요.

 

토리는 이에 ‘숲 마을 미술 잔치’를 열자고 숲 속 친구들에게 제안합니다. 그래서 ‘숲 마을 미술 잔치’를 열게 됩니다. 이 대회에는 어떤 것으로 그림을 그려도 된답니다. 아니 꼭 그림이 아니어도 됩니다. 뭔가를 만들어도 되요. 그래서 ‘그림 대회’가 아닌 ‘미술 잔치’랍니다. ‘빨간 코 그림 대회’처럼 상은 없어도, 뽑힌 친구들에게는 ‘미술왕’이라는 호칭을 붙여주기고 했답니다.

 

어떤 친구들은 애기똥풀의 노란 색을 사용하기도 하고, 또 다른 친구들은 새들이 오디와 버찌를 먹고 싼 똥을 모아 그림을 그리기도 하네요. 새의 깃털, 짐승들의 털, 가재 껍질과 뱀 껍질 등으로 미술 작품을 만드는 친구들도 있고요. 이처럼 각자 자신들이 준비할 수 있는 것들로 미술 작품을 만들었답니다. 그리고 모두모두 멋진 작품들이네요. 과연 누가 ‘미술왕’이 될까요?

 

빨간 코 여우 아저씨를 싫어하게 된 숲속마을 친구들이 이제는 ‘왕사탕 크레파스’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는데, 그럼 ‘왕사탕 크레파스’회사는 어떻게 될까요?

 

이 책, 『미술왕』은 참 예쁜 동화랍니다. 그리고 결말도 참 예쁘고요.

 

‘빨간 코 그림 대회’는 가진 것의 양으로 성적을 매긴답니다. 많은 참가비를 낸 친구가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죠. 또한, 반드시 ‘왕사탕 크레파스’를 사서 그려야만 한답니다. 그래서 형이 쓰던 크레파스를 사용한 아기다람쥐 토리는 기뻐야할 대회가 도리어 슬픔만을 안겨줬죠. 게다가 주최하는 빨간 코 여우 아저씨의 입장에서 순위를 매깁니다. 좋지 않은 모습이죠.

 

반면, ‘숲 마을 미술 잔치’는 그렇지 않네요. 가진 것이 없어도 좋아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 자신이 구할 수 있는 것들로 충분히 아름다운 미술 작품을 만들어 간답니다. 뿐 아니라, 심사위원들도 자신의 입장에서 판단하지 않습니다. 심사위원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출품자의 의도를 듣고, 그 의도 안에서 미술의 아름다움을 발견해가는 모습도 참 아름답네요. 또한 모두가 ‘미술왕’이 되어 기뻐하는 모습도 흐뭇하고요.

 

우리들이 살아가는 공간에도, ‘빨간 코 그림 대회’보다는 ‘숲 마을 미술 잔치’가 열릴 수 있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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