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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미친 단 하나의 문제, 골드바흐의 추측 (반양장) ㅣ 비행청소년 4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지음, 정회성 옮김 / 풀빛 / 2014년 11월
평점 :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오는 학문 가운데 하나가 수학이 아닐까 싶다. 바로 그런 수학 가운데서도 난제 중에 난제인 ‘골드바흐의 추측(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이다)’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풀어나가는 소설이니 어떠할지 짐작이 갈 것이다. 하지만, 그 짐작은 틀렸다. 이 소설, 『그가 미친 단 하나의 문제, 골드바흐의 추측』은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다.
주인공의 삼촌은 가족모임에서는 언제나 ‘실패한 인생’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어느 날 오후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통해, 주인공은 삼촌이 뮌헨 대학의 해석학 교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도 천재적인 수학자였다는 사실까지 말이다. 그처럼 뛰어난 사람이 어떻게 해서 가족들에게 ‘실패한 인생’ 취급을 받을 수 있을까? 주인공은 삼촌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삼촌은 평생을 수학 난제 중의 난제인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기 위해 애썼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어떤 일들이 벌어졌기에 삼촌은 교수직도 물러나고 수학으로부터 그토록 멀어질 수 있었을까?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이 책을 읽으며, 무엇보다 인생의 목표를 어디에 두는 것이 옳은가 하는 점을 생각해본다. 작품 중에서 주인공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스스로 이룰 수 있는 목표만을 세우는 것이 옳다”고 말이다. 과연 그런가? 어쩌면, 이루기 힘든 일임을 알면서도 인생의 목표로 삼고 그것을 향해 젊음을 바칠 수 있는 모습이야말로 박수 받아 마땅한 모습이 아닐까? 때론 무모한 도전처럼 보이는 그런 도전들을 통해, 세상은 나아졌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천재 수학자 페트로스 삼촌은 초창기 하나의 업적을 제외하고는 어떤 업적도 남기지 못했다. 그 오랜 기간 동안 오로지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는 일에만 매달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 인생이 실패한 인생일까? 아니다. 자신의 인생을 바칠만한 용기와 열정, 그리고 집념만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페트로스 삼촌의 열정이 부러우면서 또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어쩌면 이러한 두려움 때문에 우리 모두는 열정을 향해 모험을 하기보다는 안주하는 것이 아닐까?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페트로스 삼촌은 주인공과 통화하며 ‘골드바흐의 추측’을 풀었음을 암시한다. 하지만, 주인공이 도착했을 때, 페트로스 삼촌은 이미 운명을 달리한 상태. 과연 그 마지막 말이 진실일까? 알 수 없다. 하지만, 진실은 한 천재 수학자가 한 가지 일에 자신의 열정과 삶을 바쳤다는 것 아닐까? 우린 과연 내 인생 가운데 이러한 열정을 바쳤던 적이 있는가?
문득 정호승 시인의 시 가운데 이런 구절이 떠오른다.
개가 밥을 다 먹고 / 빈 밥그릇의 밑바닥을 핥고 또 핥는다 /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 몇 번 핥다가 그만둘까 싶었으나 /
혓바닥으로 씩씩하게 조금도 지치지 않고 / 수백 번은 더 핥는다 /
나는 언제 저토록 열심히 / 내 밥그릇을 핥아보았나 /
밥그릇의 밑바닥까지 먹어보았나
정호승, <밥그릇> 일부
언제 내가 사랑하는 일에 “저토록 열심히 내 밥그릇을 핥아”본 적이 있는가? 다가오는 2015년도는 우리의 삶에 이런 열정이 가득하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