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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즐기고 보련다 - 75세 도보여행가의 유쾌한 삶의 방식
황안나 지음 / 예담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일단은 즐기고 보련다』란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접하고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아니, 뭐 이런 책 제목이 다 있나 싶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단은 즐기고 본다니, 이 무슨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노나니”라는 노래 가사가 떠올라 쩍 좋은 느낌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75세의 할머니임을 알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이 책의 작가 황안나 할머니는 “75세 도보여행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만 가지고도 관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75세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75세에도 하는데 그대들이 못 한다고요? 그 나이가 어때서!”라는 외침이 가슴을 후벼 파는 것처럼 들려오기도 했다.
저자의 말처럼 자신은 부잣집 마나님도 아니다. 고생이라고는 모르고 살던 사람이 아니라, 평생을 빈곤과 친구하며 살던 월급쟁이 선생님이었다. 남편의 빚에 쪼들리다, 빚을 다 갚고 나서야 명예퇴직을 했다는 이력도 왠지 멋스러워 보였다. 퇴직을 한 이후 새롭게 시작된 걷기 인생. 지리산 완주 8차례, 우리나라 국토종단, 해안일주, 산티아고 순례길 등, 65세에 시작한 도보여행으로 10년간 지구 반 바퀴를 돌았다니 존경스럽고, 그런 도전정신이 멋지게 여겨진다.
이런 내력을 알게 되자, 왜 책 제목이 『일단은 즐기고 보련다』인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책은 저자의 도보여행기가 아니다. 일상의 삶 속에서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책을 사랑하며 인생을 사랑하는 건망증 심한 한 할머니의 일상의 행복을 말하고 있다(책에서 언급되는 저자의 건망증들은 웃음을 자아낼 만큼 내용들이 많다. 이 가운데 대머리씨 이야기는 저자가 웃지 말라고 말함에도 웃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그렇기에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누군가의 일상을 엿보는 앙큼한 기쁨도 있다. 또한 우리네 어머니의 도전을 보며, 날 돌아보게 되고 삶의 자극을 받게 되는 긍정적 효과를 갖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행복을 누리며 산다는 것,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저자는 그렇게 살고 있다. 사랑하는 남편이 있어, 그리고 가족이 있어 행복하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책을 읽을 수 있어 행복하며, 글을 쓰고 누군가에게 그 글이 사랑받음에 행복하다. 그리고 건강한 두 다리로 자신이 꿈꾸는 어디로나 떠날 수 있음이 축복으로 고백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의 마지막 글이 가슴을 울리기도 한다. “삶은 견디는 거죠”라며 사람은 ‘견딤’을 통해 성숙해진다고 고백한다. 그렇다. 오늘 우리들의 삶이 힘겨운가! 그럼에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우리에게 약속되어 있음을 확신하며, 그러한 희망을 품고, 오늘의 힘겨움을 견뎌낼 때, 우리의 삶은 행복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누구에게나 아픔은 있고, 눈물은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군가에게 그 하루는 고통의 하루이겠지만, 어느 누군가에게 그 하루는 행복이 가득한 하루일 수도 있다. 왜? 우리 마음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오늘 하루의 삶은 신이 나에게 허락하신 선물임을 기억하며, 오늘 하루의 삶의 행복으로 즐기는 건 어떨까?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들을 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