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두 거인 ㅣ 철학하는 아이 3
마이클 포먼 글.그림, 민유리 옮김, 이상희 해설 / 이마주 / 2014년 12월
평점 :
『두 거인』이란 짧은 동화, 참 좋은 동화네요. 다툼과 화해에 대해, 전쟁과 평화에 대해 짧고 잔잔한 언어로 너무나도 잘 표현한 동화랍니다. 두 거인이 서로 화해하게 되는 장면은 참 우습고 유쾌하기도 하고요.
옛날 아주 먼 옛날 아름다운 나라에 살던 거인 둘은 언제나 함께 지내던 사이좋은 관계였지만, 바다에서 발견한 분홍색 조가비 하나를 서로 갖겠다고 다투기 시작합니다. 난생 처음 다투기 시작한 두 거인의 다툼은 해도 숨게 만들고, 거센 바람과 파도, 그리고 구름만을 몰고 오게 만든답니다.
그들의 다툼으로 몰려드는 파도에 둘은 급히 벗어놓은 양말을 신고 신발도 신으려 하지만, 커다란 파도가 신발도 조가비도 휩쓸어 가 버렸답니다. 이제 두 거인은 더욱 화가 났지요. 홍수를 피해 산으로 달아난 둘은 서로를 향해 돌을 던집니다. 서로를 향해 돌을 던지고, 바위를 던지며, 둘의 분노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자라나게 되고요.
그러던 둘은 이젠 정말 끝장을 내겠다는 듯이 서로 다가와 싸우지요. 하지만, 둘은 서로의 발에 신겨진 양말을 보는 순간, 옛 순간을 떠올려보게 되고, 자신들이 얼마나 하찮은 것으로 다투게 되었는지를 생각하게 됨으로 다시 화해를 하게 된답니다. 둘은 서로 짝짝이 양말을 신었거든요. 다투기 전 벗어놓은 양말을 서로 다투기 시작하며 서둘러 신었는데, 서로 한쪽씩을 신었던 거죠. 이제 화해한 둘은 새 양말이 생기면 한쪽은 꼭 상대에게 준답니다. 그래서 언제나 다툼이 있던 그 때를 상기하는 거죠.
짧은 이야기의 동화, 『두 거인』은 다툼에 대해, 전쟁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답니다. 그토록 친하던 둘이 싸운 것은 작은 조가비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아주 사소한 것에 불과했지만, 그것을 서로 갖겠다는 욕심이 상대를 향한 분노를 키우게 되고, 상대를 죽일 듯이 다투게 된 거죠.
이 땅의 다툼과 전쟁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겉으로는 온갖 대의명분을 내세워 포장한다 하지라도 결국엔 작은 조가비 하나 더 갖겠다는 탐욕이 다툼과 전쟁을 만들어내죠. 그 일로 아름답던 세상은 온통 어두워지게 되고요.
화해한 두 거인이 앞으로는 다시 싸우지 않기 위해 짝짝이 양말을 나눠 신는 것도 의미 있네요. 전쟁의 아픔은 덮어버린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니죠. 다툼의 순간을 오히려 기억할 때, 반복하지 않을 수 있죠.
게다가 함께 한 짝씩 나눈다는 것도 의미 있고요. 결국 둘이 모여야 온전한 짝이 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우리들 역시 마찬가지겠죠. 나 홀로는 온전치 않죠. 누군가와 함께 할 때, 온전해 질 수 있음을.
이 짧지만 평화와 다툼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심겨 주는 동화를 통해, 평화와 공존의 싹이 많이 심겨지면 좋겠네요. 참 좋은 동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