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족의 역사 북멘토 그래픽노블 톡 1
리쿤우 지음, 김택규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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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내 가족의 역사』는 전쟁에 대한 장편만화다. 작가는 이 책에서 항일전쟁(중일전쟁의 중국식 명칭)에 대한 단편적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골동품 시장에서 우연히 일본과 청나라가 싸우는 그림을 발견하게 된다. 일본인이 그린 39컷의 그림. 자신들 중국을 침략한 적국의 시각으로 전쟁을 접근한 그림을 통해, 일본이 중국과의 전쟁, 즉 청일전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발견하게 된다. 일본은 그 전쟁을 침략전쟁이 아닌, 정벌전쟁이라 이해했던 것.

 

정벌과 침략의 차이는 무엇일까?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침략에 대해선, “남의 나라를 침범하여 영토를 빼앗음”이라 되어 있다. 반면, 정벌은 “다른 나라나 죄 있는 집단을 무력으로 침”이라 되어 있다. 그러니 같은 의미인 듯싶지만, 많은 차이가 있는 다른 의미인 것. 침략전쟁이라면, 탐욕에 의해 벌인 더러운 전쟁인 반면, 정벌전쟁이라면, 상대가 죄가 있어 무력으로 혼을 내준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즉, 청나라 정부가 부패하고 무능하였기에 자신들이 정벌하였다는 것이다. 일본은 자신들의 침략전쟁을 정당화시키는 그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 정벌을 통해, 막대한 이득을 챙겨갔다. 결국 침략전쟁이었던 것. 그리고 이때 맛본 것을 잊지 못해, 30년 뒤 다시 중일전쟁을 벌이게 된 것.

 

주인공은 골동품점에서 발견한 이처럼 귀중한 그림을 빌려 보게 되고 나중에는 중일전쟁 당시의 일본기자들이 찍은 수많은 사진을 발견하게 된다. 그 수많은 사진들을 다시 옮겨 찍고, 그 사진들을 정리하며, 주인공은 전쟁에 대해 돌아보게 되며, 아울러 그 전쟁이 자신과 무관한 먼 역사의 한 페이지만이 아닌, 바로 본인의 장인어른의 다리를 앗아갔던 역사, 가족의 역사였음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된다.

 

작가는 이렇게 전쟁을 자신 가정의 역사와 연관 짓는다. 그래서 책 제목이 『내 가족의 역사』인가 보다. 그렇다면, 작가는 이 장편만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걸까? 아마도 전쟁은 결코 나와 별개의 것이 아님을 말하고자 함이 아닐까? 전쟁의 아픔은 바로 내 가족의 아픔이다. 아울러 이것은 전쟁을 경험한 모든 중국인들의 아픔이다. 더 나아가 비슷한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오늘 우리들의 아픔이기도 하다.

 

오늘 우리는 전쟁을 경험한 분들보다는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더 많은 시대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전쟁은 나와 관계가 없는 역사책에서나 보는 한 사건에 불과하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런 우리들에게 작가는 그 아픔의 역사가 결코 나와 관계없는, 그저 역사책 속의 지나가버린 시간들이 아님을 말한다. 무관한 듯싶지만, 이처럼 바로 나 자신의 가족의 역사이기도 하며, 친지의 가족의 역사이기도 한 것이다. 어쩌면 이미 지나가버린 케케묵은 책속의 한 줄 내용에 불과한 것으로 전쟁을 생각하는 오늘 우리들을 향한 작가의 사자후가 아닐까?

 

아울러, 작가는 이처럼 지난 역사를 끄집어내는 이유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해묵은 감정을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억을 되새기는 것이다. 건드릴 수 없는 상처가 가장 아프다. 중국인도 그렇고 일본인 역시 마찬가지다.” 작가는 지나간 역사, 지나간 아픔을 다시 끄집어냄으로 오히려 중국과 일본 간의 해묵은 감정을 풀기를 원한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입 다물고 모르쇠로 일관해서는 서로간의 해묵은 감정이 풀릴 리 만무하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와 일본의 해묵은 감정이 해결되었나?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 변질되고 악화되고 있지 않나? 그렇다면 작가의 말처럼, 다시 끄집어내야 한다. 그 일이 우리의 아픈 상처를 건드는 일이라 할지라도, 다시 끄집어냄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해결하고, 감정이 정리되지 않을까? 작가의 장인이 당시 일본군의 민간인 폭격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음으로 오랫동안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큰 돌덩이를 내려놓은 것처럼 말이다.

 

우리 민족은 언제쯤 이 돌덩이를 내려놓을까? 일본의 성노예문제가 나와 상관없는 역사책 속의 이야기로만 이해되는가? 아니다. 바로 우리 가족의 역사, 우리 할머니들의 아픈 이야기이다. 작가의 장인이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듯, 우리 할머니들의 짐도 내려놓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 일을 위해 작가의 말처럼 우리 역시 자꾸 아픈 역사를 끄집어내야 하지 않을까? 비로 그 일이 누군가를 부끄럽게 하고,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할지라도, 끄집어냄으로 상처를 진정으로 치유해 나가는 노력이 우리 모두에게 있길 소망한다.

 

[ 북멘토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

[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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