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는 아이
신상진 지음 / 삼인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상진 작가의 소설 『울지 않는 아이』를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고 먹먹했다. 책을 덮은 뒤에도 그 먹먹함이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비록 그 결말이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고 있긴 하지만, 그 결말은 그리 크게 와 닿지 않았다(어쩌면 작가가 결말을 서둘러 끝맺고 있다는 인상마저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청소년기를 보내는 아들의 탈선을 바라보는 엄마의 안타까운 시선을 그려내고 있다. 그런데, 아들의 탈선이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닌, 자신보다 더 커다란 물리적 힘 앞에 폭행당하고 협박당하며 끌려 다니던 일이었음을 안 이후의 부모의 분노와 무력감도 그려내고 있다. 뿐 아니라, 그 폭력에 의해 상처받고, 주저앉아 버린 아들의 모습, 점차 황폐해져가는 그 영혼에 대한 서술이다. 물론, 그 암울한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는 결과를 적어내고 있지만, 어쩌면 작가는 결과보다는 아픔의 자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듯하다. 실제 그 모든 과정을 겪어낸 당사자로서 지금의 행복보다는 당시 그 아픔의 시간, 절망의 시간, 무력하던 시간에 더 관심한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다. 아프고 속상하며, 때론 화가 나 책을 덮고 싶기도 하다.

 

자신보다 강한 물리적 힘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저 끌려 다니기만 하던 정수의 아픔에 안타깝기만 하다. 아울러 자신의 재미를 위해 약한 아이의 영혼을 파괴하는 철규의 그 악마성에 치가 떨린다. 자신 역시 폭력의 피해자였었다고 하지만, 그래서 자신도 힘을 길러 이젠 복수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뿐인가! 철규의 부모들의 몰상식한 모습, 자신의 아이의 인생이 망가짐에도 폭력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임에 느긋한 그 모습, 자신들의 힘으로도 어쩌지 못하기에 또 다른 아이들의 영혼이 파괴되어 감에도 무관심한 그 행태, 잘못이 드러나고 불리해지자 돈으로 해결하려는 모습 등에서 참 못된 인생들이란 생각과 함께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사는 인생이야말로 본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언정 참 불쌍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어쩌면, 철규 부모들의 모습이 오늘 우리들의 모습은 아닌지 돌아보게도 된다.

 

정수의 부모들, 그리고 그 가족들의 아픔과 상처는 누가 보상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망가져 가는 아들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그 부모의 찢어지는 마음에 눈물이 난다. 하지만, 정수 부모의 일처리 역시 지혜롭지는 못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본인들은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한 행동들이겠지만, 그 행동들이 어쩌면 정수를 더욱 힘겨운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았을지도 모르기에. 하지만, 그렇다 하여 누가 그들에게 지혜롭지 못하다 돌을 던질 수 있단 말인가? 우리 역시 자신할 수 없음에.

 

정수 역시 안타깝다. 힘겨운 상황에 자신의 힘으로만 해결하려는 생각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특히, 청소년기라면 더욱. 그러한 때, 언제나 자신의 든든한 후원자인 부모님께 솔직한 고백과 함께 문제해결을 위해 애썼더라면 그 방황의 시간, 그 부서짐의 시간, 그 상처의 시간을 줄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어쩌면 이 소설, 『울지 않는 아이』는 청소년기의 학교폭력에 대한 희생, 그 파괴에 대한 흔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코 흔한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그 희생자가 바로 내 아이일 수도 있으며, 그 안타까워 하는 부모가 바로 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된 입장에서 자녀들이 언제나 이런 폭력의 희생자가 되지 않길 기도한다.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폭력의 가해자 역시 되지 않길 기도한다. 혹여 주변에 이런 희생자가 있다면 다수의 방관자들이 연합하여 가해자들의 폭력을 잠재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에게는 언제나 그렇게 가르치고 있지만, 이 교육이 도리어 아이를 피해자로 몰아세우는 것은 아닌지 언제나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다.

 

바라기는 우리 아이들이 청소년기의 열병을 쉬이 끝내길 소망한다. 열병을 앓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그 열병이 아이들의 영혼을 더욱 단단히 만드는 순간이 되길 원한다. 그리고 어느 아이들도 폭력으로 인해, 그 인생이 파괴되며, 영혼이 파괴되는 불행이 없길 소망한다. 이 땅이 힘이 있는 자도, 없는 자도 모두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세상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지막으로 바로 그런 성경구절들 가운데 한 구절을 소개하며 마친다.

 

“보라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나니 ... 이리와 어린 양이 함께 먹을 것이며 사자가 소처럼 짚을 먹을 것이며 뱀은 흙을 양식으로 삼을 것이니 나의 성산에서는 해함도 없겠고 상함도 없으리라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니라(이사야 65:17, 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