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 괴물의 세계로 들어가다
안체 헤르덴 지음, 에파 쇠프만-다비도프 그림, 이상희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동화가 시작되며, 갑자기 어른들이 자신들의 문제에만 관심을 갖기 시작한답니다. 자신의 아이들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죠. 심지어 어느 날 어른들이 모두 사라지게 됩니다. 물론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을 둔 부모님들이 모두 사라진 것입니다. 이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부모님들이 사라지자 처음엔 아이들은 자유를 만끽하기도 하고, 또 어린 아이들은 엄마가 보고 싶어 울기도 하죠. 그리곤 자신만의 공간들을 만들기도 하죠. 아무도 아이들이 조잡하게 만드는 판자집들을 두고 뭐라 하지 않고 말입니다. 나중에 아이들은 모두 학교에 모여, 학교에서 쥐아저씨(쥐를 닮아 쥐아저씨라 했는데, 자세히 보니, 진짜 쥐였답니다)가 때마다 주는 맛난 음식들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아이들은 어떤 불만도 없이 하루하루가 행복하기만 한답니다.

 

이런 가운데, 세 명의 아이들은 처음부터 작은 변화에도 관심을 가지고, 의심의 눈으로 바라봤답니다. 바로 우리 주인공들인 쿠르트와 잔드로, 그리고 공주랍니다. 키가 제일 작지만 합기도 유단자인 쿠르트, 기다린 머리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며 말을 심하게 더듬어 글로 의사소통을 하는 잔드로, 모든 것이 정리되어야만 직성이 풀리며 리본을 사랑하는 여자아이 공주. 이 세 사람의 활약으로 과연 어른들이 사라진 이유와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의 원인을 알아내며, 문제 해결을 할 수 있을까요?

 

『지난 목요일』은 초등학교 고학년들이 보면 좋을 동화고요. 물론, 더 어린 친구들도 읽을 수 있겠죠. 하지만, 분량이 좀 많답니다. 그 소재가 참신한 동화네요. 어느 날 갑자기 불어 닥친 삶의 변화 속에서 세 아이들이 헤쳐 나가는 모험이야기랍니다.

 

약간은 괴기스러울 수도 있는 내용이죠. 괴물과 쥐인간, 파충류인간들이 등장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재미난 내용이랍니다. 신 나는 모험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단순히 흥미만 있는 내용은 아니네요.

 

이 동화를 읽고 몇 가지를 생각해봤답니다. 무엇보다 어른들이 사라지게 된 배경에는 어려서부터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한 난쟁이 박사의 복수와 음모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아이들에 매여 자신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부모들의 자유를 향한 열망이 그 원인이네요. 이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희생하는 부모님들의 헌신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겠네요.

 

아이들이 누리는 행복도 가짜랍니다. 어른들의 어떤 간섭도 받지 않고, 항상 기분 좋은 느낌을 받는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진짜 행복은 아니랍니다. 사실은 난쟁이 박사에게 사육당하는 것과 같답니다. 부모님의 간섭이 때론 지나치게 느낄 수 있겠지만, 그 모든 것은 날 향한 부모님의 사랑의 표현임도 알았으면 좋겠네요. 물론, 진짜 지나친 경우 역시 없진 않지만 말입니다. 그럼에도 간섭하는 부모님이 사라진 줄도 모르고 느끼는 행복은 가짜임을 이 동화는 잘 보여줍니다.

 

그리고 엄청난 재앙을 초래하였던 그 주동자 중 하나(실제 핵심 주동자는 따로 있답니다)인 난쟁이 박사가 그런 일들을 벌이게 된 이유는 자신이 받은 상처 때문이기도 하죠. 아무도 그를 사람으로 대접해주지 않았으니까요. 심지어 그의 부모님들조차 말입니다. 항상 무시되어지고, 없는 사람 취급받던 사람의 마음속에 복수의 마음이 자리 잡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죠(물론, 그렇다고 사람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난쟁이 박사를 보면서, 우리 주변에 혹 외모로 차별받는 이들이 없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아니, 다른 사람들은 그만 두고 혹 내가 그런 차별의 주체는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되네요.

 

하지만, 이 동화의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아래에 우리가 알지 못한 또 하나의 세상이 존재하며, 그 세상이 어쩌면 우리의 삶을 간섭하고, 우리의 삶을 때론 위협할 수도 있음을 우리에게 은밀히 말하려는 건 아닐까요?

 

어쩌면, 이 모든 것은 그저 헛된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저자는 그저 우리에게 유쾌하고 신 나는 모험을 떠나게 하려는 걸지도 모르죠. 그러니 그냥 재미있게 읽었다면 그만이죠. 맞습니다. 이 동화는 재미있는 동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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