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히 리베 디히 바다로 간 달팽이 12
변소영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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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힘 있는 말이 뭘까? 그건 바로 사랑한다는 말이 아닐까? 물론, 이 언어는 그저 습관적인 내뱉음이어선 공허한 울림에 그칠 것이다. 진심으로 상대를 이해하고, 상대의 모든 것을 포용할 용기와 함께, 진심을 담아 조심스레 내뱉는 말, ‘사랑해!’ 이 말은 상대의 상처를 쌀 수 있는 말이며, 상대의 허물을 덮어주는 말이 될 것이며, 상대에게 힘을 실어주며, 상대를 세워주는 말이 될 것이다.

 

변소영 작가의 『이히 리베 디히』는 바로 이러한 외침을 향한 여정을 담고 있다. 어쩌면 참 쉬운 말 아닌가! “이히 리베 디히”, “사랑해”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말이기도 하다.

 

팀은 다문화가정의 아이다. 엄마는 한국인, 아빠는 독일인이다. 대학시절 3개월간 한국에 다녀갔던 독일청년 카일을 알게 된 성숙은 그가 너무 보고 싶어 무작정 독일로 날아간다. 그리곤 둘은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게 되지만, 둘 간에는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으로 인해, 서로를 향한 오해가 깊어지고, 결국 별거에 들어가게 된다.

 

이런 가정에서 자란 아들 팀은 어려서부터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며, 언제나 엄마 아빠의 눈치를 보며 자랐다. 왜냐하면, 엄마 아빠가 서로 사랑하지 않음을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 결국 아버지가 집을 나간 후론 엄마와 살아간다.

 

엄마와 함께 살아간다고 해서 팀은 엄마와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엄마가 아무리 팀을 한국교육을 함께 시켰다 할지라도 팀은 완전한 독일인이다. 그런 그는 엄마의 한국적 정서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어머니 성숙의 교육 방식이 이해되지 않는다. 아버지 카이는 아들을 방목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 논리적, 이성적으로 접근한다. 반면 어머니 성숙은 아들을 닦달하는 스타일이다. 공부하는 시기에는 자꾸 조여주고 닦달해야 한다는 한국적(?)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며 매사에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서로 다른 교육철학으로 인해 부부간의 갈동이 존재할뿐더러, 아들 팀과 엄마 성숙간의 갈등도 존재한다.

 

이런 이 가정을 작가는 이렇게 평가한다. “이 가족은 마치 딱 맞지 않는 틀 속에서 부품들끼리 열심히 부대끼며 돌아가는 어떤 기계 같다. 거듭되고 거듭되는 일상이라는 벤진의 힘으로 돌아가는 작은 기계.” (p.155)

 

이러한 가정의 갈등과 함께 팀은 청소년기의 가장 주된 고민인 학업과 이성의 고민 역시 함께 안고 있다. 이런 주제야말로 성장소설이 빠지지 않고 다루는 것이기도 하다. 고3졸업을 앞둔 졸업시험의 압박, 그리고 마음에 두고 있는 여친 레나와의 밀당. 이러한 문제들을 아우르고 있는 성장소설이 『이히 리베 디히』이다.

 

이 소설 『이히 리베 디히』는 성장소설치고는 조금 무겁다. 어쩌면 방황하는 청소년기의 팀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기보다는 주인공 부모님들의 갈등과 헤어짐, 그리고 갈등을 좁혀가는 상대를 향한 이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이 문제가 팀 본인의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결론부분에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진 않는다. 하지만, 화해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성장소설은 독일과 한국이라는 다문화가정이 겪는 문화적 차이와 갈등, 오해를 넘어 점차 상대를 이해해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이러한 이해를 배경으로 서로에게 준 상처를 아물게 하고, 조심스레 하나됨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작가는 그려낸다. 이처럼 갈등과 오해를 넘어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진심어린 고백, “이히 리베 디히”. 이것이야말로 상처를 치유하며, 분열을 화해로 나아가게 하는 강력한 언어임을 드러내는 것. 이것이 작가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이다.

 

[북멘토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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