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전 빛나는 우리 고전 그림책 시리즈 7
권혁래 글, 홍선주 그림, 권순긍 자문 / 장영(황제펭귄)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영웅이 필요한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이 말을 바꿔 말하면, 이 시대에는 아직 진정한 영웅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참 지도자가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2014년을 보내며, 한국 국민들은 이순신 열풍에 빠지기도 하였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내한에 열광하였던 것이 아닐까? 2014년이 저물어가는 시기에 또 하나의 영웅 이야기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홍길동.

 

물론 홍길동 이야기는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안에 진실이 담겨져 있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홍길동은 우리의 모델이다. 해설가 역시 책 말미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의 모든 공공기관에서 공문서를 쓰는 예를 보여줄 때, 어김없이 홍길동이란 이름으로 예를 들고 있다. 이것은 해설가의 말처럼 홍길동이란 이름이 우리 모두를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실상 이것은 홍길동이 우리의 모델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우리 모두의 모델인 홍길동이 작성한 것처럼 여러분들도 그렇게 서류를 작성하라는(이 말을 바꿔 말하면, 여러분도 그렇게 살라는 말은 아닐까?).

 

왜 이렇게 홍길동이 우리 모두의 모델이 될 수 있었을까? 그 이유를 찾아 금번 새롭게 출간된 그림책, 『홍길동전』을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면 어떨까?

 

이 책은 짧은 그림책이다. 하지만, 결코 생각은 짧지 않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홍길동, 그는 서자로 태어났다. 당시 신분의 한계란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굴레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그 굴레를 뛰어넘어 자신만의 삶을 개척했다.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방향으로 말이다. 우리 역시 그러해야한다. 오늘날 역시 신분의 한계가 존재한다. 아니 어쩌면 교묘하게 가려져 있을 뿐 더욱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있다. 모두 공평한 경쟁을 한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100m 달리기로 친다면, 이미 90m 앞에 서서 출발하는 자들이 적지 않다. 그러니, 출발선에 정직하게 서 있는 수많은 민초들의 삶이란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끄트머리에 남을 수밖에 없는 그런 척박한 땅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저앉을 것인가! 홍길동처럼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홍길동 이야기를 접하며, 이런 결심을 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홍길동이 멋진 진짜 이유는 그가 힘이 세거나, 도술을 부릴 수 있어서가 아니다. 자신에게 생긴 그 힘을 어디에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홍길동은 그 힘을 못된 자들을 향해 돌렸다. 백성들을 괴롭히는 못된 벼슬아치들의 재물을 빼앗았다. 종교의 울타리 안에 숨어 있던 탐욕스런 자들을 향해 그 힘을 발산했다. 그가 아내를 얻은 것 역시, 요괴들에게 붙잡혀 고통당하던 여인들이었다. 그의 힘은 연약한 여인을 괴롭히는 요괴들에게로 향하였던 것이다. 율도국을 세운 것 역시 마찬가지. 나라를 돌보지 않고 백성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통치자로부터 율도국을 해방시켜준 것이다.

 

이처럼 힘을 어디에 사용하느냐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자신의 힘을 기르고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오늘은 수능시험의 날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그동안 자신이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길 바란다. 그런데, 그렇게 실력을 발휘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어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가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물론, 자신의 인생을 보다 더 윤택하게 하기 위함이 맞다. 하지만, 이것만 있어서는 안 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힘을 약한 자들, 고통당하는 자들, 억눌린 자들을 위해 사용할 줄 아는 정의감이 있어야 한다. 약한 자들의 고통스러운 신음소리에 마음 아파하는 연민의 감정이 있어야 한다.

 

오늘날 이 땅에는 영웅이 없다. 하지만, 영원히 없진 않을 것이다. 이 땅에 수많은 홍길동이 탄생하길 원한다. 고통을 딛고, 일어서, 남들을 돕고 세워나가는 모습의 홍길동들. 그럴 때 이 땅에 율도국이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이것을 기독교인들은 이렇게 표현한다. 하나님의 나라라고 말이다. 그렇다. 하나님의 나라는 수만개의 교회가 세워지고, 수천만의 교인이 생긴다고 해서 세워지는 것은 아니다. 약한자들의 친구로 이 땅에 오신 예수를 닮은 작은 예수들이 많아질 때, 하나님의 나라는 이 땅에 현현하게 되는 것이다.

 

괜히 말이 길어졌다. 이런 그림책을 읽고 그 마음에 홍길동의 정신을 품은 아이들이 자라, 이 땅의 영웅이 될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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