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그리는 방법 - 2015 화이트 레이븐즈 선정도서 문학동네 동시집 31
송진권 지음, 송지연 그림 / 문학동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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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권 시인의 첫 동시집, 『새 그리는 방법』은 첫 시집 『자라는 돌』(창비)에 이은 두 번째 시집이다.

 

이 동시집을 읽고 묵상하며, 느끼게 되는 가장 큰 감정은 그리움이다. 자연에 대한 그리움, 옛 시간에 대한 그리움, 곁을 떠난 사랑하던 이들을 향한 그리움, 심지어 옛 시절의 궁색한 삶에 대해서도 그리워하며 시인은 노래한다. 어쩌면 한 마디로 이미 흘러가버린 옛 추억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

 

옛 시간들은 사실 궁색함이 가득한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 추억이 담겨져 있고, 그리움이 담겨져 있다. 시인은 당시의 궁색한 시절을 그리워하며, 유머로 승화시키기도 한다. <비료의 3요소>가 이것을 잘 보여준다.

 

비 오는 아침, 우산이 없어 아버지 비료 푸대를 우산 대신 쓰고 가라고 잘라 주셨다 비료 푸대 쓰고 학교 가는 길, 비료 냄새 나는 비가 오는 길에 기석이도 영애도 비료 푸대 쓰고 학교 간다 나는 질소비료, 기석인 인산비료, 영애는 가리비료, 학교에서 배운 비료의 3요소 모두 나왔다 우린 튼튼하게 쑥쑥 잘 클 거다 비료의 3요소가 다 모였으니

< 비료의 3요소 > 전문

 

시인이 그리워하는 그 시절은 마땅한 우산 하나 없던 시절이다. 그렇기에 비가 오는 날이면, 아버지가 비료 푸대 한 쪽을 잘라 주신다. 머리 위로 뒤집어 쓴 비료 푸대에서는 비료 냄새가 진동한다. 하지만, 부끄럽지 않다. 왜냐하면, 모두 다 비료 푸대 쓰고 등교하는 시절이기 때문이다. 비료 푸대의 종류도 가지가지다. 질소비료, 인산비료, 가리비료. 그래서 비료의 3요소가 다 모였다. 그 비료 푸대를 쓰고 등교하는 궁색한 시절이지만, 그 어린이들은 쑥쑥 잘만 크게 될 것이다. 식물을 쑥쑥 자라게 할 비료 푸대를 뒤집어썼으니 말이다. 궁색하지만,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유머로 승화하는 시인의 마음이 잘 느껴진다.

 

또한 시인의 그리움은 당시 구수한 사투리로 드러나기도 한다. 시인의 시 곳곳에는 구수한 사투리가 풍겨난다. 그 중 하나.

 

오빠랑 언니들도 아까부터 지달리구 있는디 / 뭘 그르케 자꾸 꾸물대는 겨 /

그르케 자꾸 꾸무럭거리믄 떼 놓구 갈 텡께 알아서 햐 /

어여어여 날 새기 전에 가야 하니께 / 싸기싸기 내려오니라 /

< 이소 > 중에서

 

옛 시골 어른들의 흔하디 흔한 말투다. 서두르지 않으면 떼어놓고 가겠다고 으르는 옛 부모들의 말투가 정겹게 들린다. 그런데, 이 말은 원앙네 어린 새끼 새들이 둥지를 떠나며 하는 말이다. 옛 고향의 원앙 가족의 풍경과 어르신들의 정감이 하나 된다.

 

또한 시인의 상상력이 유독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은 하얗게 핀 아카시아 꽃잎을 보며, 빨래터에서 어머니가 힘겹게 빨래를 두드릴 때, 방울방울 생겨나던 비눗방울을 연상하기도 한다. 아마도 시인은 고향 뒷 언덕과 엄마의 힘겨운 삶을 함께 묶어 그리워하나보다.

 

버글버글 거품 일군 아카시아 나무들이 / 산 하나를 다 치대고 헹궈 가며 빨래를 빨고 있어요 / 팡팡 방망이질도 하면서 / 깨끗하게 꼭 짜서 탈탈 털어 널어놓았어요

< 아카시아 빨래터 > 전문

 

시인으로 말미암아 옛 고향 풍경과 함께 추억여행을 떠나보게 됨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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