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는 새는 죽인다
사카구치 안고 지음, 양혜윤 옮김 / 세시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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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3대 영웅으로 사람들은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시를 꼽는다. 이들을 한 마디로 구분하는 표현이 있다. 오다 노부나가는 울지 않는 새는 죽여 버린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울지 않는 새는 울게 만든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울지 않는 새는 울 때까지 기다린다. 이런 구분법에서 이 책의 제목 『울지 않는 새는 죽인다』가 나왔다. 이 표현대로 오다 노부나가는 결단력이 있으며, 강하고 성격이 급한 인물로 여겨진다.

 

하지만, 저자는 노부나가의 인간적인 면에 주목하며 이 소설을 풀어간다. 특히, 이 소설은 아직 노부나가가 힘을 얻어 세력을 뻗어나가기 이전인 그의 어린 시절, 청년의 시절을 그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언제나 위기 앞에 서 있는 노부나가. 그럼에도 두려움보다는 언제나 천진한 모습으로 서 있어 많은 이들에게 바보로 불리던 노부나가. 온통 적으로 둘러싸인 외톨이 노부나가. 하지만, 구습에 얽매이지 않는 개혁가이자, 천재적 전략가인 노부나가. 그가 어떻게 이 위기를 헤쳐 나가는 지를 저자는 박진감 넘치게 그려낸다.

 

이 책은 무엇보다 참 재미있다.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책을 놓을 수 없다. 계속하여 다음 장면이 궁금해진다. 과연 노부나가의 인생에 밝은 빛은 언제쯤이나 비췰지 기다림 가운데 읽게 된다. 노부나가의 천재성이 과연 언제 드러나게 될지 설레는 마음으로 읽게 된다. 노부나가의 운이 혹 꺼지지 않을까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 가운데 마음을 조이며 읽게 된다. 그러는 가운데 노부나가의 영웅적 풍모에 종국엔 가슴이 펑 뚫리게 된다.

 

특히, 자신을 바보라 경멸하고 작당하여 죽이려 하던 모든 적들을 용서하는 노부나가의 모습, 적들의 목숨 뿐 아니라 영지도 권력도 그대로 허락해 주는 대범함에서는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진정한 영웅의 풍모를 보게 된다. 그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개혁적 성향을 바로 읽지 못하고, 도리어 바보라 비웃던 이들의 어리석음을 통쾌하게 날려버리는 영웅적 풍모를 말이다.

 

게다가 노부나가의 과감한 결단력을 보여주는 부분은 위기 앞에서 더욱 드러난다.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다는 것은 사람에게 평정심을 가져다준다. 그대로 거지가 될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 또한 다시 일어설 수도 있다. 그 최후의 절벽에 서기를 노부나가는 오히려 기다리고 있었다.”(p.301) 자신의 모든 가신들이 자신에게서 돌아서 동생에게 붙어 모두가 적이 되었을 때도 그랬고, 후에 자신의 영토를 간신히 평정하고 아직 여력이 없을 때, 옆 영지 이마가와 요시모토와의 전쟁에서도 그랬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는 침착하게 기다렸다가 놀라운 판단력과 과감한 결단력으로 위기를 도리어 기회로 만들어 간다.

 

이런 모습이 우리의 삶 가운데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위기 앞에 주저앉아버리고 함몰될 것이 아니라, 위기를 도리어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는 결단력과 행동함이 주어짐으로 우리 삶의 지평이 더 넓어지게 되길 노부나가 이야기를 읽으며 소망해본다.

 

또 하나 노부나가가 결국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에게는 실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귀족이라고 거들먹거리지도 않았고, 부하들의 능력으로 올라서지도 않았다. 남들이 모두 자신을 향해 바보라 조롱할 때에도 그는 자신의 영지 곳곳을 돌아다니며, 언덕 하나 나무 하나 세세히 머릿속에 입력시켰다. 이것이 후에 벌어진 전투에서 큰 힘이 됨은 물론이다. 아울러, 자신의 몸을 단련시켰고, 자신의 말을 단련시켰다. 남들이 볼 때는 그저 어리석은 놀이라고 여겼을지라도 노부나가는 자신의 전투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던 것이다. 그렇다. 실력이 없으면 운이나 기회로만으로는 높은 곳에 올라설 수 없다. 운은 한계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더욱 실력을 쌓아가야 함을 다짐해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위기의 순간 당황치 않고 실력을 쌓을 때, 기회가 주어지며, 그 기회에 더 큰 성과를 거두게 됨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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