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인 이야기 - 신에게 상처받은 영혼을 위하여
이상준 지음 / 두란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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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기독교인들에게 가인이란 존재는 비난의 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어쩌면 가인은 우리 신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가인에 대해 저자는 관심을 갖고 묵상하는 가운데, 가인의 이야기를 재구성한다.

 

그가 전하는 『가인 이야기』는 결코 허무맹랑한 상상력의 산물만이 아니다. 성서를 바탕으로 연구와 묵상의 결과물이라 여겨진다. 물론, 여기에 상상의 옷을 입혔다. 무엇보다 이 책은 가인의 입장에서 신에게 상처받은 자의 입장을 보여주고 있음이 큰 성과물이 아닐까 싶다. 신앙생활을 해나가는 가운데, 우린 하나님께로부터 감당키 어려운 은혜를 받게 된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라, 때론 실망하고, 상처받게 되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런 상처 앞에 우리가 어떤 자세를 보여야 할지를 가인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우리에게 보여준다.

 

또한 가인의 모습을 통해 책임감의 한계, 의지력의 한계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함에 있어, 책임감을 갖는 것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아울러 의지적 결단과 함께 우리의 인간적 노력과 의지력은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사실, 이런 부분이 없기에 “값싼 은혜”라는 비판의 말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감과 의지력만 있게 될 때, 자칫 가인과 같은 모습으로 흘러갈 수 있음을 저자는 은연중 우리에게 경고한다. 때로는 책임감과 의지력을 내려놓고,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나의 상처를 인정하며, 신께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가인은 이 부분이 없었다.

 

사실, 창세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인의 후예야말로 문명을 세워나간 뛰어난 인물들임을 알 수 있다(물론 이것은 해석하기에 따라 이스라엘을 포로로 끌고 간 바벨론 문명으로 상징되는 문명에 대한 반발, 반문명주의의 발로라고 볼 수도 있다. 아벨을 죽이고 문명을 세워나가는 가인은 약자인 이스라엘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문명국가 바벨론을 상징한다). 하지만, 그들이 세워나간 문명에 빠진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이다. 하나님이 빠진 문명이 어떤 폐해를 가져오는지 저자는 잘 보여준다. 신앙인들에게 있어, 문명을 세워나가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빠진 문명은 문제가 있다.

 

아울러서, 저자는 가인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도 전해준다. 비록 가인은 하나님께 상처받고, 멀어져 갔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하나님은 가인을 포기하지 않으시고, 기회를 주고 계심을 말이다. 하나님이 가인에게 방랑을 명한 이유는 방랑의 끝에 하나님께 돌아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인은 방랑치 않고 정착했다. 하나님은 가인에게 그가 땅에서 저주를 받으라고 했다. 그 고달픔 끝에 하나님의 은총을 구하라고 말이다. 하지만, 가인은 스스로 복된 인생을 개척했고, 선언했다. 이것을 저자는 말한다.

 

물론,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 신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잘못이다. 물론, 방랑하지 않고, 정착하며 안정적 삶을 살아가는 것은 잘못이 아니라, 도리어 복임에 분명하다. 그렇지만, 그 안정적 삶이 신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이라면 잘못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해석을 통해, 가인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 은혜가 되었다.

 

『가인 이야기』는 어려운 신학서적이 아니다.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신앙서적이다. 아니, 제목처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통해, 오늘 내가 바로 가인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아울러 교회 안에 가인과 같이 튕겨나가는 영혼들을 향한 연민의 마음과 그네들을 품을 수 있는 넓은 가슴이 주어진다면 좋겠다. 아니, 이런 마음조차 내가 가인이 아니라는 교만함의 발로일 수 있겠다. 이 이야기를 통해, 내 안의 가인의 모습을 발견하는 축복이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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