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쪽에서 세계 작가 그림책 8
로랑스 퓌지에 글, 이자벨 카리에 그림, 김주열 옮김 / 다림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세상에는 누군가를 향해 결코 넘을 수 없는 담을 만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많답니다. 이 담은 눈에 보이는 담일 수도 있고, 보이진 않지만 결코 넘을 수 없는 담일 수도 있습니다.

 

이스라엘에 가면 눈에 보이는 담들이 많이 있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신들과 팔레스틴 사람들이 사는 지역 간에 높은 담을 쌓고 살고 있답니다. 그리고 그곳을 통과할 때는 철저한 검색을 거치게 되죠. 서로간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이지만, 자신들은 저 팔레스틴 사람들과는 결코 소통할 수 없다는 교만한 마음의 발로겠죠.

 

인도라는 나라는 여전히 카스트라는 신분제도가 있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그 사람의 신분이 정해지는 거죠. 도합 4개의 계층이 있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가장 많은 수의 사람들은 이 네 개의 계층에도 들지 못하는 불가촉천민계층이 있답니다. “불가촉”이란 말은 이들은 부정한 존재들이어서 이들과 혹 접촉하는 일이 있게 된다면, 상위 계층의 사람이 오염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이들은 혹 돈이 있어도 들어가지 못하는 가게들이 많답니다. 신분이라는 넘을 수 없는 담을 쌓고 살아가는 거죠.

 

하지만, 그네들뿐이겠습니까? 우리 역시 살아가며 많은 담을 쌓고 살아가고 있답니다. 무엇보다 우린 같은 민족끼리 왕래할 수 없는 철조망이 가로막혀 있죠. 우리나라는 섬나라가 아니랍니다. 하지만, 가로막힌 철조망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섬나라가 되어 버렸답니다.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배를 타거나 비행기를 타야만 하죠. 결코 육지로는 갈 수 없답니다. 섬 아닌 섬나라가 되어버린 거죠. 이것 역시 서로 담을 쌓고 있기 때문이죠.

 

그 뿐 아니랍니다. 우리는 나와 경제적 수준이 다르다고 담을 쌓기도 하고, 나와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담을 쌓기도 하죠. 특히, 서로 다른 사상,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 때는 심한 경우 부모 자식 간에도 담을 쌓기도 한답니다.

 

어쩌면 오늘 우리 사회가 그렇죠. 진보와 보수 간에, 세대 간에, 지역 간에, 우린 수많은 넘을 수 없는 담들을 쌓고 살아가고 있답니다.

『다른 쪽에서』는 바로 이러한 담들을 무너뜨려야 할 것을 말하는 그림책이랍니다. 높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두 아이(언어가 다르다는 것은 둘 사이에는 소통할 수 없음을 상징하죠). 이 두 아이는 처음에는 우연히 넘어가게 된 공을 서로 넘겨주며, 소통이 시작된답니다. 이 아이들이 공을 던져 올리는 행위는 누군가는 결코 해서는 안 되는 행위라고 생각한답니다. 하지만, 그렇게 소통의 공을 쏘아 올릴 때, 비로소 막힌 담이 허물어지게 된답니다.

 

그렇죠. 아무리 높은 담이 가로막고 있다 할지라도, 소통이 시작된다면, 결국에는 담이 무너지게 마련이죠. 우리 역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자리에서 수많은 소통의 공을 쏘아 올릴 수 있길 소망합니다.

 

[다림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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