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 바다에 나갈 때는 한 번 기도하고 전쟁터에 나갈 때는 두 번 기도하고 그리고… 결혼할 때는 세 번 기도하라 살림지식총서 500
남정욱 지음 / 살림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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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지식총서가 어느덧 500권 째 출간되었다. 내가 살림지식총서를 좋아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째, 분량이 길지 않다는 점이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담는다는 원대한 꿈을 품고 시작된 살림지식총서이기에 이들 모두를 광의의 인문학이라 말할 수 있다. 인문학, 딱딱하고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다 분량까지 길다고 한다면 머리가 지끈지끈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살림지식총서는 분량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둘째, 내용이 좋다. 분량이 짧다고 별다른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하다면, 이것 역시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살림지식총서의 책들은 엄선하여 출판하는 까닭인지, 대체로 내용이 좋다. 짧지만, 한 주제에 있어 짜임새 있게 내용을 전달해 주고 있다.

 

셋째, 국내 저자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일부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살림지식총서는 모두 국내 집필자로만 이루어져 있다. 이 말은 책의 이해도가 높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번역서들이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는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것도 있으며, 그네들과 우리의 글쓰기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번역서들은 원서를 그대로 번역하니, 한글이 더 어렵게 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본인들이 소화한 내용들을 한국인의 글로 풀어놓기에 이해도가 높다.

 

그래서 평소에도 자주 읽던 살림지식총서가 이제 500권을 채우게 되었다. 제500권의 주제는 바로 “결혼”이다. 이 책 역시 참 흥미롭다. 이 책은 결혼에 대한 문화사라 말할 수 있겠다. 결혼의 역사에 대해 먼저 언급한 후(서양, 우리 순), 오늘 결혼이 어떻게 변형되었는지, 그리고 오늘날 결혼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아울러 장차 결혼이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 지 등을 언급하고 있다.

 

결혼에 대한 흥미로운 접근은 결혼은 크게 ‘약탈혼’과 ‘매매혼’의 형태로 시작되었다는 견해다. 상당히 개연성이 있으며, 재미난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네 결혼은 어떤 형태인가? 책의 중반부쯤에 저자는 이런 결론을 미리 내린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서양 결혼식에 전통이 섞여 있고 그나마 전통이 콩가루가 되어가는 가운데 매매혼과 정략혼과 지참금 제도의 흔적이 남아 있는 국적 불명, 시대 불명의 결혼 제도가 성행 중이다. 한마디로 줄이면 ‘최악’이다. 나쁜 것이란 나쁜 것은 다 모여 있으니 인류 역사상 최악이라고 말해도 좋다.(p.84)”

 

그렇다면 가장 신성해야 할 결혼이 왜 이렇게 최악이 되었을까? 그 이유는 저자가 말하고 있는 내용들처럼 결혼의 출발이 결코 신성한 이유가 아닌 대단히 세속적 이유로 인해 출발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으로 출발하기보다는 성욕의 대상으로, 그리고 가문의 이익창출과 권력 유지 수단으로 사용되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 우리네 결혼 역시 여기에서 별반 달라지지 않았음이 문제일 것이다. 물론, 보다 더 세련된 모습으로 포장이 되고 있지만 말이다. 여전히 가진 자들은 결혼이라는 수단을 통해, 자신들의 왕국을 더욱 견고히 해 나간다.

 

또한 저자가 예상하는 앞으로 결혼의 형태에 대한 전망 역시 충격적 내용을 품고 있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구나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자가 마치며 덧붙이는 부분을 보면, 저자의 소망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다. 결국, 결혼의 근본은 사랑이다. 비록 다른 것들이 이 사이에 끼어들며, 결혼을 변질시켜나간다 할지라도, 또한 결혼은 현실이며 삶이기에 삶 속에서 수많은 문제들이 도출된다 할지라도, 결국엔 사랑으로 묶여지는 것이 아닐까?

 

비록 결혼생활은 이상이 아닌 현실이다. 수많은 위기와 어려움이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그런 모든 것 가운데서도 또한 수많은 축복의 순간들이 결혼을 통해 주어짐도 기억하면 좋겠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세태가 바뀐다 할지라도 결혼은 앞으로 맞닥뜨릴 수많은 힘겨운 순간마저 함께 하기 위한 서약이 아닐까?

 

내가 결혼할 때, 교회 청년들이 축가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찬양을 연습하기에 내가 듣고 싶은 축가를 정해준 기억이 있다. 그 곡은 김남주 시인의 노랫말, 안치환이 부른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이란 곡이었다.

 

그렇다. 결혼이란 함께 가는 것이다. 우리 앞에 놓인 이 길을 말이다. 부부가 함께 가며, 신앙인이기에 하나님과 함께 걸으며, 아울러 이웃과 더불어 부대끼며 가는 것이 결혼이라 생각한다. 난 결혼을 함께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부부가 함께 가고, 가족이 함께 가는 것이 결혼생활이다. 그 길에 설령 어려움이 있다면, 함께 다리를 주물러주기도 하고, 서로 기대기도 하면서 결국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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