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보검
김정현 지음 / 열림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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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신라 지증왕(지대로왕)시대. 서역의 작은 나라 롭성의 왕자 씬스라로프는 국가의 위기 앞에서 아버지인 국왕으로부터 동쪽 끝의 황금의 나라로 떠나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그곳에 몸을 의탁하고 있다가 후일을 도모하도록 말이다. 이에 씬스라로프는 황금보검을 차고, 형제 같은 동료들 49명과 함께 동쪽 끝에 있다는 황금의 나라(신라)를 향해 떠난다.

 

이때의 장면들은 대단히 역동적이며 급박한 상황전개다. 마치 한편의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하다. 결국 이 과정 가운데 씬스라로프는 모든 동료들을 잃고, 자신의 애마 벤투스(바람)마저 잃게 된다. 이처럼 절박한 상황 가운데, 결국 씬스라로프는 동쪽 끝 황금의 제국이라 불리던 신라에 도착하게 되고, 신라의 공주인 상화 공주에 의해 목숨을 구하게 됨으로 신라에 몸을 의탁하게 된다.

 

이제 새롭게 신라왕으로부터 “신수라”라는 이름을 부여받고 신라의 장군이 된 그 앞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이 책 『황금보검』은 『아버지』란 책으로 온 국민의 마음을 적시고 많은 이의 눈에 습기 차게 했던 김정현 작가의 역사소설이다.

 

천년고도이자 신라의 수도인 경주 계림로에서 발견된 한 자루 보검이 있었다. 1973년 계림로 배수로 공사 중에 우연히 발견되어 현재 보물 635호로 지정된 황금보검. 그 형태가 신라의 것이 아닌, 이국적 형태이기에 신라가 아닌 어딘가에서 만들어져서 신라로 들여온 보검으로 학계에서 인정하고 있는 황금보검. 과연 이 황금보검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당시 황금보검이 발견된 작은 무덤에서는 두 명의 남성 시신이 함께 합장되어 있었는데, 왜 두 명의 남성 시신이 함께 합장되어졌을까? 이런 질문에 의한 작가의 상상력과 연구를 통한 재구성이 바로 소설 『황금보검』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무엇보다 신라의 포용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머나먼 서역 땅에서 황금의 나라, 신라를 찾아온 왕자 신수라를 받아들이는 신라의 포용력, 너그러움, 대범함, 열린 마음이 소설에서 돋보인다. ‘신라’를 표현하는 단어는 바로 ‘개방과 관용’이다. ‘신라’라는 국호 자체가 이러한 포용력에 대한 표현이기도 하다. ‘신’은 덕이 날로 새로워진다는 뜻이고, ‘라’는 사방을 망라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정신으로 세워진 신라이기에 이방인인 신수라는 신라인으로, 신라의 장군으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작가는 또한 이사부 장군을 통한 우산국정복을 이야기하며, 더 나아가 대마도를 정벌하지 못한 아쉬움을 소설을 통해, 오늘 우리에게 토로한다. 이사부 장군이 대마도를 정벌하지 못한 이유는 하나다. 바로 귀족들의 자기희생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자기희생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귀족들의 탐욕과 질투가 이사부를 견제하였고, 대마도를 자신들의 유익의 재료로 유지하기 위한 이기심이 대마도를 일본에게 선물하였다.

 

이러한 작가의 말을 통해, 오늘 우리를 돌아보게 된다. 오늘 우리 가운데 수많은 말들이 가득할 수 있다. 그리고 게 중에 많은 주장은 공익이라는 포장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엔 자신들의 자리보존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가에 해를 끼치는 정책결정이 왜 없을까? 당시 귀족들처럼 말이다. 작가는 당시 귀족의 모습을 통해, 오늘 우리를 꾸짖고 있다. 하지만, 들을 귀 있는 자들만 들을 수 있음이 안타까움 아닐까?

 

또한 『황금보검』은 우리에게 금발의 신라장군 신수라와 가야의 딸이자 신라의 공주인 상화공주, 그리고 신라 장군 유강 간에 얽혀있는 우정과 사랑도 선물한다. 때론 안타깝고, 때론 애틋하며, 때론 민망할 수 있는 애정관계, 하지만, 결국 애틋함을 안겨주는 그 결말이 안타까움을 넘어, 영웅들의 풍모를 우리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넓은 포용력으로 진정한 황금의 나라가 된 신라시대에서 펼쳐지는 대서사시, 우리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줄 소설이다.

 

작가의 외침이 소설을 덮으며 마음에 새겨진다.

“길을 여는 자는 흥하고 성을 쌓는 자는 망한다.”

오늘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여전히 세상을 향해 성을 높이 쌓고 있는 모습은 아닌가? 그럴수록 우린 동쪽 끄트머리에 고립될 뿐이다. 이제 북녘을 향해 길을 열림으로 또 다시 새로운 천년의 왕국이 오늘 이곳에 열리는 축복이 이 땅에 가득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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