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 중년의 물리학자가 고리타분한 일상을 스릴 넘치게 사는 비결
이기진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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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서강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다. 이것이 저자의 본업이다. 하지만, 이 책 제목처럼, 저자는 ‘딴짓’을 많이 한다. 동화를 쓰기도 하고, 만화를 쓰기도 한다. 만화 케릭터인 ‘깡통 로봇’을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그는 만화가라 할 수도 있고, 동화작가라 할 수도 있으며, 물리학자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를 더욱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있으니, 그건 바로 2NE1의 멤버 씨엘(이채린)의 아버지라는 타이틀이다.

 

어쩌면 자신의 생업(?)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그 열정, 그 ‘딴짓’의 또 하나의 결과물이 이 책이다.

 

‘딴짓’의 고수인 저자에게 또 다른 ‘딴짓’이자 또 하나의 ‘본업’은 컬렉션이다. 거창한 것을 모으는 것이라기보다 자신이 여행하던 곳이나, 또는 살던 지방에서 모은 잡다한 물건들. 주로 벼룩시장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때론 상점이나 때론 백화점에서 구입한 것들도 있다.

 

이런 물건들 중에는 손잡이가 망가진 도자기 주전자가 있기도 하고, 또 어느 땐 아프리카 작은 상점에서 마치 우리네 정승처럼 그 상점을 지키고 있던 나무 호랑이 한 쌍을 구입하기도 한다. 물론 지인들에게 선물 받은 것들도 있다. 저자는 이러한 물건들을 모은다.

 

그리고 『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란 제목의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컬렉션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에세이집은 자신이 모은 여러 잡다한 것들에게 존재의미를 부여하는 에세이집이라 할 수 있다. 아니, 어쩌면 그 물건들은 이미 각자의 존재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게 중에는 여전히 자신의 존재의미를 붙잡고 뭔가에 사용되어지는 물건들도 있을 수 있지만, 또 많은 것들은 이미 그 존재의미를 상실한 채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들도 있을 수 있다.

 

그 사물들이 자신의 존재목적에 맞게 사용되어지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이들 모두는 저자를 통해, 또 하나의 존재의미를 부여받는다. 그것은 바로 ‘추억’, ‘사연’이다. 이러한 ‘추억’회상으로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사물들은 또 하나의 존재의미를 부여 받게 된다.

 

멋지게 사용되어지면 또 어떻고, 사용되어지지 않는다면 또 어떻겠나. 각자 그 안에 아름다운 사연 한 조각씩 품고 있다면 그만인 것을. 단순한 사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스토리텔링작업, 참 멋지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러한 스토리텔링 작업이 모아져 이 책을 이루고 있다.

 

이기진 그의 글을 읽으며, 부럽다는 생각을 해본다. 자유롭게 뭔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본업에서도 행복을 느끼면서, 또 한편으로는 또 다른 뭔가에 열정을 가지고 몰입할 수 있다는 것, 얼마나 행복한 인생인가!

 

저자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물건들에 새로운 존재의미가 씌워질 때, 그 물건은 또 하나의 새로운 영성을 덧입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작은 사물조차 허투루 여기지 않으며 바라볼 수 있는 저자의 눈이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눈, 그 감수성이 자녀들에게도 이어졌기에, 씨엘과 같은 딸이 성장할 수 있었겠다 싶기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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