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해파랑길 - 걷는 자의 행복
이영철 지음 / 예담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동해안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오륙도가 동해와 남해를 나누는 공간인줄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정작 그곳에 다녀와 봤음에도)에서 시작하여 강원 고성에 이르기까지 770km에 이르는 걷기 좋은 “해파랑길”에 대해 우리에게 전해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30여년간 다니던 회사를 퇴직한 이후, 죽기 전에 후회되는 일들이 없길 바라며,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히말라야로 트레킹 여행을 떠나는 것이며, 산티아고 순례를 떠나는 일이다.

 

이 일을 실현해나가며, 저자는 특별히 산티아고 순례길을 예비하기 위해 국내의 ‘해파랑길’을 종주하게 된다. 그 후 산티아고 순례길을 종주하고 입국한 이후 또 다시 ‘해파랑길’을 두 번째 종주하게 되며, 해파랑길의 매력에 빠져들고, 그 매력을 다른 이들에게도 전해주기 위해 이 책을 집필하게 된다.

 

해파랑길의 ‘해’는 ‘뜨는 해’나 ‘바다(海)’를 연상시키며, ‘파’는 ‘파란 바다’와 ‘파도’를, ‘랑’은 함께 한다는 의미의 ‘랑’을 뜻한다. 그러니, ‘해파랑길’은 동해의 떠오르는 해, 그리고 푸른 바다, 넘실대는 파도와 함께 걷는 길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이처럼 멋진 이름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가 내세울만한 또 하나의 걷기 여행 코스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해파랑길은 전체 10개의 구간, 총 50개의 코스가 있다. 이 책에서는 이 코스들 하나하나를 순차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아울러 그 코스에서 가볼만한 곳, 그리고 먹거리, 숙박시설, 교통편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무엇보다 해파랑길을 따라감에 있어, 혹 놓치기 쉬운 구간, 길을 혼동하기 쉬운 구간에 대한 설명들이 있어, 걷기 여행에 친절한 안내자가 되고 있다(물론, 자세한 정보는 아니기에 개인적인 조사가 필요하리라 여겨진다).

 

나는 해파랑길을 걸어본 적이 없다. 아니, 경주구간의 주상절리코스는 길을 따라 걸은 적이 있긴 하다. 그 때, 그 길이 참 멋졌던 기억이다. 그런데, 저자가 50개의 코스 중에 10개의 A코스, 10개의 B코스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들 20개의 좋은 길에도 포함되지 않고 있다. 그러니 해파랑길이 얼마나 좋을지는 가히 짐작이 간다.

 

서해에서 태어나 자란 나로서는 내가 자라던 공간과는 반대편에 있는 동해에 대한 막연한 동경의 마음이 있다. 그래서 결혼 후 아직 아이가 없을 때, 아내와 함께 동해안 일주를 했던 적도 있다. 그 후에도 아이와 함께 동해안 곳곳을 다녀봤기에 동해안의 아름다운 절경들은 말할 필요가 없을 듯싶다. 그런 좋은 풍광과 함께 걸으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분명 축복일 것이다. 물론 많은 거리를 걸어야 하기에 힘겨운 시간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는 기쁨 가운데 하나는 이처럼 힘겨운 노력 없이, 편히 앉아(심지어는 자리에 누워^^) 해파랑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내가 걸었던 길, 가본 공간에 대한 설명이 나오면 왠지 반갑다. 그리고 당시와 달라진 모습을 찾는 것 역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770km에 이르는 해파랑길의 각 구간 구간은 또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는 길들이기도 하다. 각 지자체에 따라 여러 이름들이 그 공간에 붙여져 있다. 이런 다양한 이름들을 함께 만나는 것 역시 해파랑길을 걷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해파랑길은 강원도 고성에서 마쳐진다. 이곳 통일전망대를 향해 나아가는 길은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길이 아닌, 군의 통제를 받아야만 하는 길이다. 그렇기에 50개의 걷기 여행코스이면서 마지막 한 코스는 걸을 수 없고, 차로 이동해야만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땅이 계속되기에 더 나아갈 수 있음에도 더 나아갈 수 없는 우리의 한계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해파랑길은 멋지고 아름다운 길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의 아픔을 돌아볼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물론 저자는 그렇기에 오히려 소망을 품는 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 단절된 이 아픔의 현실을 넘어, 더욱 그 위로 힘차게 걸어 올라갈 수 있는 날이 이 한반도에 허락되길 소망해본다. 언젠가 그곳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걸어볼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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