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 송파 세 모녀의 죽음이 상처를 남긴 이유
김윤영.정환봉 지음 / 북콤마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지난 2월 송파구에서 환갑이 된 어머니와 30대의 두 딸이 함께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그래서 일명, ‘송파구 세 모녀 사건’이라 불리는 사건. 그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하얀 봉투에 5만원 권 14장, 70만원을 넣어두었고, 이런 쪽지를 남겼다.

 

주인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빈곤가정들이 얼마나 힘겨운 상황가운데로 몰리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며, 또 한편으로는 우리 복지의 사각지대가 얼마나 큰지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 책,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는 바로 이 사건을 계기로 하여, 우리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대해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안타까움, 슬픔, 분노, 무력감, 허탈감 등의 감정들이 밀려온다.

 

가난이 마치 죄 인양 살아가는 절대 빈곤층들의 아픔과 눈물에 안타까움과 슬픔을 느낀다. 아울러, 이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비정한 사회를 향해 분노를 느끼며, 더 나아가 이들을 위해 무엇 하나 할 수 없는 연약함에 무력감과 허탈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아픔을 함께 공유하는 것, 문제의식을 함께 느끼는 것, 그리고 그들을 마음속으로나마 응원하는 것, 더 나아가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는 것, 이런 것들이 비록 미력하나마, 세상을 조금 더 따스한 공간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힘이 되리라 여겨진다.

 

이 책은 송파구 세 모녀 사건의 전말을 설명한 연후에 이들이 과연 박대통령의 말처럼 복지제도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면, 구제받을 수 있었는지, 그들의 신청이 받아들여질 수 있었는지를 진단한다. 답은 아니다 이다.

 

그리고 이 사건만이 아닌, 다른 여러 실례들을 들어가며 빈곤층들을 향한 복지제도의 문제점, 사각지대, 구멍이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특히, 부양의무자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추정소득과 간주부양비와 같은 가짜소득의 함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솔직히 이런 문제점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어떻게 개선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가닥을 잡아갈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마지막 지점에 이른 빈곤자들을 향해, 그들의 긴급함과 간절함을 우리가 이해하고 함께 품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좋은 제도개선도 필요하다. 하지만, 담당자나 관련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런 마음을 품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제도로 할지라도 소용이 없다.

 

아울러 현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노력이 절실히 필요함도 느끼게 된다. 소시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과 애정, 그리고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역량을 발휘하는 자리에 앉은 힘 있는 사람들의 자세가 더욱 중요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겠다.

 

기본적인 문제점은 그런 자리에 앉아 있는 분들에게 가난한 사람, 힘없는 사람이 혹 관심 밖의 세력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그저 자신들을 귀찮게 하는 세력으로 여기고 있진 않은가 하는 점이다. 그렇기에 책임 있는 자리에 앉은 분들의 마음자세가 우선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저자는 복지의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검열하고 의심하며 심판하려는 자세보다는 혹 우리가 빠뜨린 어려운 사람은 없는지 찾아보려는 시각으로 말이다. 현 제도는 수급자의 입장에서 작동하고 있지 않다. 수급자를 선별하고 관리하는데 더욱 치중하고 있다며 문제의식을 제시한다. 그렇다. 무엇보다 마음자세의 변화가 중요하다 여겨진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책임 있는 자리에 앉아 계신 분들이 이처럼 벼랑 끝으로 몰려가는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이 알기를 원하며, 현 제도와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알게 되길 원한다. 알아야 관심을 가지니 말이다(물론 알아도 관심이 없을 수는 있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가장 큰 문제가 있음을 느낀다. 그것은 바로 윗자리에 앉아 계신 분들과 빈곤의 악마적 힘에 함몰된 사람들 간에는 좁혀질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그건 바로 윗자리에 앉아계신 분들은 결코 가난의 처절함을 모른다는 것이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궤도에 오를 수 없는 사람들의 답답함과 무력감을 그들은 알 수 없다. 왜냐하면, 그들의 대다수는 출발부터 지금까지 이처럼 생존의 문제로 발버둥치는 고통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설령 높은 자리에 앉은 분들 가운데는 그 출발이 비록 어려움의 상황 가운데 출발했다 할지라도 그들 모두는 이미 성공신화를 이룬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간에 그들 모두는 승리자들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노력해도 실패자의 자리, 패배자의 자리에서 몸부림칠 수밖에 없는 이들의 고통과 절규를 그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바라기는 정책을 만들고, 결정하며 집행해나가는 분들에게 이 마음이 필요하다. 자신들의 입장에서 연구하고, 이해하는 것에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사방이 우겨쌈을 당하여 고통당하는 빈곤자들의 입장으로 그들 스스로가 내려가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먼저, 가장 책임과 권한이 많은 분부터 모두 그래야 할 것이다.

 

나이 드신 어른들이 이런 이야기를 종종 한다. 요즘 아이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밥을 굶는다면 밥이 없으면 라면 끓여먹으면 되지 라고 말한다는 것. 참 순진한 생각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기도 하다. 전혀 공감하지 못하며, 대안을 내놓는.

 

오늘 정책을 만들고, 결정하며, 집행하는 자리에 앉아 계신 분들이 바로 이런 모습 아닐까? 여기에 진짜 문제가 숨어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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