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 끝에 매달린 주앙
로저 멜로 글.그림, 임소라 옮김 / 나미북스(여성신문사)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컴퓨터도 없고, 오락기도 없던 어린 시절엔 지금보다 상상력이 더 풍부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방안에 앉아서도 여러 가지 상상을 했거든요. 예를 들면, 창문의 유리 무늬를 보면서도 상상을 했답니다. 뾰족한 녀석은 성질이 사나운 녀석이죠. 둥글고 넓적한 무늬는 언제나 허허 웃는 마음 좋은 아저씨고요. 이런 식으로 무늬들이 서로 노는 상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자리에 누워 천장을 보면서는 천장 모서리의 작은 홈들이 갑자기 커져 사람의 형상을 이루게 되고, 그들과 함께 길을 떠나는 상상을 하기도 했고요. 아파 시름할 땐, 그 형상이 괴물이 되어 날 쫓아오기도 하고요.

 

『실 끝에 매달린 주앙』이 정말 이런 상상을 동화로 만든 이야기랍니다. 커다란 티티카카 호수 옆 마을에 사는 주앙이란 아이는 자신이 덮고 자는 손뜨개 이불을 통해, 온갖 상상을 한답니다.

 

혼자 자야 하는 긴 밤의 외로움처럼, 주앙이 덮은 이불도 길어졌네요. 엄마의 입맞춤의 온기가 남아 밤을 이불 속 상상의 무늬 속으로 몰아내고요. 주앙의 발장난엔 이불 세상은 지진이 나네요.

 

손뜨개 이불의 무늬는 커다란 바다가 되기도 하고, 호수가 되기도 한답니다. 커다란 물고기의 무시무시한 벌린 입이 되기도 하고, 그물이 되기도 하네요. 그런데, 물고기가 이불에 구멍을 냈네요. 손뜨개 이불이 풀어져 온갖 낱말이 되기도 하네요.

『실 끝에 매달린 주앙』을 읽곤 처음엔 ‘이게 뭐야?’ 했답니다. 하지만, 문득 어린 시절 상상의 기억이 살아났답니다. ‘아, 주앙이 그런 상상을 하고 있구나.’ 싶었죠. 이 책의 그림 속에 살아나는 여러분만의 상상, 그 세상이 펼쳐질 수 있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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