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프랑스 작가 카린 지에벨의 『그림자』는 추리소설이다. 600페이지가 넘는 긴 분량이지만,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대단히 흥미진진하다.

 

주인공 클로에는 광고회사 부사장으로 회장 승진을 노리는 성공한 여성이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갑자기 그림자 하나가 따라붙는다. 시시때때로 자신을 감시하는 시선을 느끼기도 한다. 갑자기 정전이 되기도 하고, 현관문에 죽은 새의 시체가 놓이기도 한다. 집안의 물건들이 위치를 바꾸기도 하고, 없어졌다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클로에는 자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어느 누구도 클로에의 말을 믿지 않는다. 도리어 점차 주변 사람들은 클로에를 망상증 환자로 취급하기 시작한다. 과연, 클로에를 괴롭히는 그림자가 실존하는 걸까? 아님, 정말 클로에는 망상증 환자가 되어 버린 걸까?

 

한편 또 한 사람의 주인공이 있다. 바로 강력계 형사인 고메즈 형사. 그는 동물적인 성향의 위험한 남자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픈 상처가 있으니, 너무나도 사랑하는 아내가 불치병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것. 결국 아내의 죽음 뒤에 덩그러니 놓여진 고메즈.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고메즈 앞에 아내와 닮은 여인, 클로에가 등장한다. 누군가 스토커가 자신을 괴롭힌다는 신고를 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은 여인. 하지만, 아무도 그 여인의 신고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 단지, 고메즈만이 문득 1년 전 친구 형사가 알려줬던 사건과 동일한 사건으로 여기며 관심을 기울이는데... 과연 고메즈는 클로에를 괴롭히는 그림자를 붙잡을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과연 “그림자”는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첫째, 당연히 클로에를 괴롭히는 사이코패스이다. 그가 클로에를 괴롭게 하는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분노를 일으킬 정도로 교묘하고, 악마적이다. 어둠 속에 숨어 누군가를 괴롭히며, 그 괴로워하는 모습에서 쾌감을 느끼는 악한. 이런 악한, 사이코패스는 누군가를 괴롭히는 못된 그림자이며, 아울러 그 존재 자체가 의미 없는 그림자일 수밖에 없다.

 

둘째, 그림자는 클로에 안에 존재하는 그림자이다. 이는 지난 26년간이나 그녀로 하여금 가면을 쓰고 살게 했던 어린 시절의 상처이다. 이 그림자 역시 사이코패스 못지않게 클로에를 괴롭힌다. 어린 시절 동생을 데리고, 공장에 놀러갔다가 동생을 평생 식물인간으로 살게 만든 그 사건. 그 사건은 평생 클로에를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내적 그림자이다. 우리 안에는 이런 그림자가 없는가?

 

셋째, 클로에를 지켜주는 그림자이다. 바로 고메즈 형사. 사건을 의뢰한 피해자와 형사의 신분으로 만났지만, 점차 둘은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클로에에게도 고메즈는 자신을 지켜주는 든든한 그림자가 된다. 아무도 자신의 주장을 믿어주는 이 없어 망상증 환자로 입원하여 사이코패스인 그림자의 농락거리가 될 때 조차도, 고메즈 형사는 클로에의 참 사랑, 언제나 지켜주는 그림자가 되어 힘이 된다.

 

넷째, 주변 사람들 역시 그림자에 불과하다. 그들은 어느 누구도 클로에의 주장에 마음을 열고 귀 기울이지 않는다. 클로에의 절친도, 남친조차 클로에의 말을 믿기보다는 그를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며, 망상증 환자로 몰아간다. 이런 그들은 결코 클로에의 참 주변인이 될 수 없다. 비록 그들이 때론 함께 수다도 떨고, 살을 맞대기도 하지만, 실상은 허상에 불과한 그림자다.

 

개인적으로 이 첫 번째와 네 번째 그림자에 분노가 끓어오른다. 사이코패스와 못된 놈이니 그렇다 치고, 어느 누구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그 아픔을 들여다보지 않는 이 모습이 어쩌면 오늘 우리의 모습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우리 역시 누군가를 너무나도 쉽게 단정해버리고, 포기해버리는 모습은 아닌지. 그리고 오늘 나에게는 어떤 그림자가 존재하는지 돌아보게 된다.

 

카린 지에벨이란 작가, 처음 그의 작품을 접했지만, 또 다른 그의 작품이 우리를 찾아올 날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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