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의 마들렌
박진희 지음 / 리즈앤북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리학에 프루스트 현상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소설에서 홍차에 적신 마들렌 냄새를 맡으며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유래한 말인데, 냄새를 통해 과거의 일을 기억해 내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래서 ‘프루스트 현상’ 또는 ‘마들렌 효과’라 부른다고도 한다.

 

바로 이런 모티브에서 이 책의 제목, 『나른한 오후의 마들렌』이 나왔나 보다. 마들렌의 달콤한 향, 촉촉하고 부드러운 그 느낌에 젖어 옛 추억을 회상하며 가볍게 적어낸 에세이집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지 않을까 싶다.

 

먼저, 이 책은 무겁지 않다. 거창한 철학적 에세이집도 아니고, 연구 에세이집도 아니다. 특별히, 어떤 주제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일상에서 떠오른 생각들을 쉬운 언어로 적어내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장 주된 주제가 있는데, 바로 사랑이다. 저자는 마치 차 한 잔 마시며 옛 사랑의 추억을 회상하듯 사랑에 얽힌 추억을 꺼내기도 하며, 사랑에 대한, 그리고 결혼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풀어낸다. 아울러 이러한 이야기를 영화 이야기와 함께, 그리고 술에 얽힌 추억들도 함께 말하기도 한다.

 

쉽게 읽혀지는 내용이기에 제목 그대로 ‘나른한 오후’에 차 향기에 젖어 읽기에 적당한 에세이집이다. 아울러 그 내용에 심각하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읽으면 좋을 듯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전반적인 글의 분위기는 따스하지 않다. 추억의 회상이라면 마땅히 따스한 느낌이 강할법한데, 그렇지 않은 이유는 기본적으로 저자의 사랑 관에서 유래하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결혼에 대해 부정적이다. 자녀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어쩌면 이것이 저자가 표현한 것처럼, ‘여우의 신포도’일 수도 있다. 어쩌면, 저자의 자기 반응 논리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에세이집이면서 전체적인 느낌은 자기 변명, 자기 최면의 넋두리로 다가오기도 한다. 또한 때론 염세적이기도 하고, 자조적이기도 하다.

 

에세이집이 갖는 장점 가운데 하나는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따스함의 단상에 있지 않을까? 조금 더 세상을 긍정적으로, 적극적으로 바라 볼 수 있었다면, 더 좋은 글로 독자들에게 다가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 아니다. 결혼생활이 물론 환상과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결혼생활 가운데 부정적 부분보다는 긍정적 부분이 훨씬 더 많다고 여겨진다. 아울러 모든 사람들이 결혼을 후회하며 살아가는 것도 아님을 저자는 잊어서는 안 된다.

 

자녀 역시 마찬가지이다. 자녀가 부모에게 때론 눈물이 되고 한숨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자녀로 인해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감사하며, 축복으로 고백하며 살아가는 가정 역시 수없이 많다. 나 역시 언제나 자녀로 인해 감사하며 하루를 정리하고 있음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