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조의 바다 위에서
이창래 지음, 나동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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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래 작가는 노벨 문학상 후부로까지 거론되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이다. 그의 작품, 『만조의 바다 위에서』을 읽고 나서 왜 작가는 소설의 제목을 『만조의 바다 위에서』라고 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이 제목을 이해하기 위해 작가가 작품을 통해 흘린 몇 가지 단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첫째, 소설의 주인공 판. 그녀는 지극히 평범하고 놀라울 정도로 조그마한 16살 소녀이다. 그녀는 B-모어 주민으로서 수조안에서 물고기를 기르고 돌보는 일을 하던 소녀이다. 그녀의 직업이 첫 번째 단서가 될 수 있다.

 

둘째, 가장 부유한 주거공간인 차터, 그곳의 캐시 양에 의해 사육되어지는 7소녀들이 판을 위해 그린 벽화 안에 등장하는 그림이 그것이다. 7소녀로 상징되는 7수초가 흐느적거리는 물속의 판이 물 밖으로 손을 내밀고 판의 남자친구 레그의 손을 잡는 장면.

 

마지막, 비크가 올리버의 집들이 선물로 사온, ‘만조의 바다’가 그것. 사실, 이것이 가장 직접적 단서가 아닐까? 바다안의 풍경이 모두 담겨 있지만, 모든 생물은 가짜.

 

판이 살아가는 시대는 3개의 주거 공간으로 나눠져 있다. 상류층이 살아가는 차터(이곳은 말 그대로 그들만의 리그이다). 차터에 물자를 공급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즉 안정적인 삶을 살아간다 안위하며, 가족적인 분위기(사실은 전혀 가족적 분위기가 아님)에서 살아가는 B-모어. 마지막 어떤 안전장치도 없이 방치된 채 살아가는 자치구.

 

판은 B-모어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교육받고(이 교육 역시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차터를 위한 일군으로서 살아가는 교육이다), 물속에서 물고기를 기르는 일을 하는 소녀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의 애인 레그가 아무런 발표도 없이 B-모어에서 사라졌다. 이에 판은 레그를 찾아 자발적으로 B-모어를 떠난다.

 

극히 평범하고 놀라울 정도로 작은 소녀, 판은 자치구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생명의 위기 앞에 놓인다. 과연 판이 레그를 찾을 수 있을까? B-모어에서 자란 판은 자치구에도, 그리고 차터에도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판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모험들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된 메시지는 판의 모험에 있지 않다. 판이 남자 친구 레그를 만나는지의 여부에 있지도 않다. 극히 평범하고 작은 소녀, 판의 여정을 통해, 발견되어지는 모든 주거 공간이 결국 ‘만조의 바다’, 즉 가짜에 불과하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듯하다.

 

자신들의 삶은 자치구와 달리 안정적이고, 또한 안전한 삶을 살아간다 생각하지만, 그리고 가족적인 삶을 살아간다 여기지만, B-모어의 삶 역시, ‘만조의 바다’, 가짜 삶에 불과하다. 이를 판과 레그의 실종을 통해(사실은 자신들의 유익의 문제가 결정적이지만), 부조리를 깨닫고 봉기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치구의 모습은 자유롭고, 야생의 삶을 살아가기에 어쩌면, 자치구에서 참 삶의 모습을 발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았다. 하지만, 자치구에서의 삶 역시 가짜다. 퀴그가 만들어가는 삶의 공간도, 또 다른 이들이 만들어 가는 공간도, 오직 자신들의 유익이 먼저인 가짜다.

 

차터에서의 삶 역시 가짜다. 특히, 이곳에서는 판이 찾아 헤매던 사촌 오빠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오빠는 엄청난 성공을 기반으로 그곳 차터에, B-모어에서의 가족적 공간을 만들려 하지만, 이 역시 가짜다.

 

모두 가짜다. 오늘 우리들이 살아가는 공간 역시 그러한 가짜가 아닐까? 이러한 가짜의 공간에서 어쩌면, C-질환의 항체를 가졌을 아기를 잉태한 판의 작은 움직임이 가짜의 공간에 작지만 강력한 물보라를 일으킨다. 그 물보라는 소설을 읽은 우리들의 삶에서도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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