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처럼 - 안도현의 어른을 위한 동화
안도현 지음, 이종만 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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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는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자신의 미래에 대한 반성 없이, 이미 주어진 ‘틀’안에서 순응하며 그저 굴러가고 있진 않은가? 혹은 나에게 주어진 환경을 탓하면서도 바로 그 환경 속으로 함몰해 들어가고 있진 않은가? 아니면, 삶에 대한 심각한 고민 없이 그저 주어지는 데로 의미 없이 살아가고 있진 않은가? 혹 그런 사람들에게 삶의 자리에서 스스로 일어서기를 촉구하는 잔잔하면서도 힘찬 이야기가 바로 안도현의 ‘민들레처럼’이란 동화이다.

어느 날 민들레 꽃씨 하나가 바람에 몸을 싣고 날아온다. 그 꽃씨가 펼쳐진 일기장 위에 내려앉음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모든 것들을 책을 통해 알아 가지만, 실상 그건 갇힌 이론에 불과함을 잘 알고 있는 이야기 속의 화자가 자신의 일기장 위에 내려앉은 작은 민들레 꽃씨 하나와 나누는 이야기 형식으로 동화는 전개된다. 여기 이야기 속의 화자는 저자의 자기반성이 투영된 듯 하며, 아울러 책을 통해 사물을 알아 가는 가상 독자들을 향한 경계의 투영인 듯 하다.

꽃이 지면서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 가운데, 사그러 들어가는 민들레 꽃. 하지만, 그런 외로움의 아픔 가운데 꽃줄기는 더욱 높이 치솟으며 또 다른 자아를 세상으로 보내기 위한 준비를 한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하필이면 아픔 가운데 키워낸 꽃씨를 날려보낼 바람이 불어오지 않으니. 이제 민들레 꽃씨는 또 다시 좌절로 주저앉던지 아님 뭔가 새로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시련 앞에 민들레는 운명을 바꾸는 힘이 자기 안에 있음을 깨닫는다. 막연히 꽃씨를 날려줄 바람이 불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 속에 있는 바람을 불러일으키려 노력한다.

새로운 세계로 들어서기 위해선 도움의 손길뿐 아니라 자기 내부의 힘을 불러 세우는 노력이 필요함을 민들레는 깨달은 것이다. 결국, 민들레 꽃씨는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여 자기 자신을 흔들어 몸 속의 바람을 불러일으킴으로 먼 곳을 비행하여 이야기 속 화자의 일기장 위에까지 날아오게 된 것이다.

저자는 이런 민들레 꽃씨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민들레처럼’ 자신을 흔들어 깨우며,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내부의 힘을 불러일으키길 촉구한다. 우리들은 작은 민들레 꽃씨와 같은 그런 존재이지만, 이 세상에 왔다 갔음을 잊지 않기 위한 작은 점을 찍는 꽃씨들을 각자의 삶 속에서 만들어가길 바란다. 아직 자신을 흔들어 깨우지 않은 많은 이들이 ‘민들레처럼’ 자신을 깨우길 저자는 잔잔하지만 힘있는 어조로 우리에게 말한다.

민들레꽃은 ‘앉은뱅이 꽃’이라 불린단다. 앉은뱅이 같은 불우한 환경 가운데 주저앉아 날마다 눈물과 한숨가운데 신음하고 있을 수많은 이 땅의 민들레들이 이 책을 읽고 ‘민들레처럼’ 스스로를 흔들어 깨워 일으키는 일들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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