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어른을 위한 동화 3
김지수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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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의 고마움과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곤 한다. 그러면서 흔하지 않은 희귀한 것들을 귀한 존재라고 착각하며 살아가곤 한다. 하지만, 진정 소중하고 존귀한 것들은 우리의 주위에 언제나 함께 하는 것들이다. 신이 세상을 만들 때, 우리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소중한 것들은 가난한 이나 부유한 이나 차별 없이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러한 예로 공기와 물, 그리고 나무를 들 수 있지 않을까?

껓에 있어서도 이와 같지 않을까? 물론, 들꽃이건 온실에서 자란 화초이건 간에 꽃이 아름답고 소중함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값없이 감상할 수 잇는 들꽃들보다는 비싼 값을 지불하고 사는 꽃들을 더욱 귀하게 여김 역시 사실이다. 물론 값을 지불하고 사는 가꾼 꽃들이 들꽃들 보다 화려함이 사실이다. 하지만, 들꽃들은 그들 꽃처럼 화려한 아름다움은 뒤진다손 치더라도 은은함과 투박함 내지는 청초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여기 이처럼 은은한 사랑 이야기가 있다. 댐 공사로 인해 수장될 운명에 놓인 한 시골 마을. 모두들 보상금을 받고 떠나버린 그 마을엔 오지 않을 죽은 아들을 기다리며 자신이 거둔 벙어리 소녀와 함께 외로이 살아가는 한 노인이 있다. 하지만 그는 결코 외롭지만은 않다. 그에게는 속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들꽃 보살핌의 소명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들꽃들 하나하나에 잊혀져간 과거 사람들의 영혼이 실려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들꽃들을 소중히 키워나간다.

그러한 마을을 찾은 한 풋내기 사진작가에게 꽃에 얽힌 사연들을 하나하나 전하는 노인. 노인의 도움으로 들꽃들의 마음을 엿보면서 사진작가의 작품은 점차 알려지기 시작한다. 유명세와 함께 젊은 작가는 화려하고 안락함을 상징하는 모델과 사랑에 빠지면서 들꽃마을을 잊게 된다. 시간이 지나 모델과의 화려한 사랑이 끝나버린 사진작가는 세상을 떠난 노인이 자신을 죽었던 아들이라 여겼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들꽃을 돌보던 노인과 사진작가의 만남은 결국, 벙어리 소녀와의 결혼으로 이어진다. 처음엔 그저 시골 소녀에 불과했지만, 어느덧 그 아름다움이 밖으로 드러나 버린 벙어리 소녀와의 결혼은 바로 은은한 아름다움의 발견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사랑이 왠지 공허한 울림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화려함만을 쫓아가는 행태에 있지 않을까? 눈에 틔는 화려함을 추구하며 그 아름다움에 몰입하지만 쉬이 식어버리는 사랑의 세태를 저자는 꼬집고 싶었던 것일까? 우리네의 사랑이 들에 핀 한 송이 꽃처럼, 일견 투박하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소박한 작은 아름다움을 키워 가는 사랑이라면... 그러한 사랑으로 조금씩 키워간다면 들꽃의 생명력처럼 우리네 사랑도 영원하지 않을까? 노인이 들꽃을 키워갔듯이 나 역시 삶의 자리에서 작은 사랑을 키워가리라. 영혼이 실린 사랑을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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