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하늘 한 하늘 창비시선 75
문익환 지음 / 창비 / 198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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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환, 그는 살아생전 줄기차게 통일을 노래하던 이다. 그는 구약성서의 희년 개념(이스라엘이 50년째 되는 해에는 모든 빚을 탕감해주고 노예도 놓아주며, 땅도 원주인에게 돌려주던 제도)을 차용하여 남북이 나뉜 지 50년이 되는 해가 오기 전에 이 땅엔 통일이 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분은 그토록 믿어 의심치 않던 95년도를 한해 앞두고 결국 통일을 보지 못하고 분단이 없는 곳으로 가셨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분은 어쩌면 희년의 해인 95년도에는 분명 이 땅에 통일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가셨을 것이다. 하지만 통일 염원 50년은커녕 60년이 다 되어 가는 오늘의 현실에 그분이 살아 계셨다면 통한의 눈물만을 흘리셨을 것이다.

목사이자 신학자 그리고 운동가이자 시인이었던 그분의 네 번째 시집인 “두 하늘 한 하늘”은 그분의 꿈이 그러하였듯이 ‘통일’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묶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 통일을 노래한 시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시들도 상당수이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며 쓴 시들, 자신의 스승인 김재준 목사와 함석헌 선생을 그린 시들이 6부와 7부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제5부의 ‘그날이 오면’은 보다 나은 세상의 도래를 위해 젊음을 산화한 영혼들에게 바치는 노래이다. 이 부분에서 두드러진 사상은 부활사상이다. 그들의 순수한 열정과 사랑이 남아있는 자들의 가슴속에서 살아 행동할 때, 그들의 정신은 오늘의 삶 가운데서 부활하여 시인이 노래하는 ‘그 날’을 완성시킬 수 있으리라. 간간이 비치는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언어들 역시 통일을 바탕으로 노래하고 있다. 이는 사회의 반민주화와 독재정권이 바로 분단수호세력, 통일반대세력과 일맥상통한다는 그의 생각에서 유래할 것이다.

시집 전반에서 보이는 그의 통일에 대한 염원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 시가 ‘비무장지대’라는 시가 아닌가 싶다. 그의 노래처럼 아이러니하게도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가 점차 확대된다면 그가 그처럼 바라던 통일이 이루어지리라.

비무장지대는 무기를 가지고는 못 들어가는 곳이라
우리는 총을 버리고
군복을 벗고 들어간다
막걸리통들만 둘러메고 들어간다
너희도 따발총 버리고
계급장 떼고 들어오너라
.....(중략)
날씬한 허리 용수철로 튀었다 펴며
푸른 하늘 밀어올려라
아아아아아 비무장지대
너희는 백두산까지 밀어붙여라
우리는 한라산까지 밀고 내려가리라
비무장지대 만세 만세 만세

자신들의 나라 일에 자신들의 의사 하나 마음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오늘 우리네 현실을 보며, 통일은커녕 독립마저 제대로 이루지 못한 우리에게 통일은 어쩌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슬픈 생각이 든다. 통일보다는 독립이 선취되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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