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처음 씨앗의 마음
시애틀 추장 외 지음, 서율택 옮김 / 그림같은세상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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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조상으로부터 물려온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침략자들에게 힘으로 또는 회유로 모두 빼앗겨 버린, 그래서 지금은 쓸쓸히 ‘보호구역’안에서 스러져 가는 아메리칸 인디언들. 바로 그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지를 알 수 있는 책이 본서이다. 작은 씨앗이 종국엔 수많은 결실을 얻는 것처럼, 이 책은 작은 글들의 모음이지만 결코 작지만은 않은 커다란 삶의 지혜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엮은이는 이들이 겪었던 아픔이나 서양인들의 잔혹성을 들추어내려는 것이 본서의 목적은 아니라고 했지만,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아픔을 전제하고 글을 읽는다면 그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더욱 가슴으로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이 작은 지혜의 글들이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살찌게 하는 이유는 이들의 마음이 사랑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들은 자신들의 신인 위대한 정령에 대한 경외와 사랑, 그리고 동포들에 대한 사랑과 이타적 돌봄, 그리고 생활 습관에 베어 있는 자연에 대한 배려와 사랑을 기초하여 살던 자신들의 이야기이기에 아 작은 지혜 글들은 커다란 삶의 지혜를 전해준다. 이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그것은 바로 사랑이리라. 아이러니하게도 인디언들을 그들의 영토에서 몰아내었던 서양인들의 종교 역시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사랑이다. 하지만 모든 종교가 그러하듯이 잘못된 종교형태와 근본정신이 왜곡된 앎, 근본정신을 잃은 종교열성이 가장 비종교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처럼 아마도 아메리카에 정착한 그들 역시 본질을 망각한 종교인들이었으리라.

아무튼 이 책에 쓰여진 글들은 모두 사랑이란 이름 하에 요약해 볼 수 있을 듯 하다. 특히 두드러진 사랑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대지에 대한 사랑, 나무에 대한 사랑, 동물들에 대한 사랑, 즉 자연에 대한 사랑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바로 이 자연의 품안에서 자연의 보살핌 때문에 살아감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들의 필요 외에는 절대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며, 꼭 자연을 사용해야 할 경우에도 항상 자연에 대한 배려심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들은 어떠한가? 우리들은 이미 서구 사상에 젖어 그들처럼 자연을 짓밟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진 않은가?

우정이란 이름으로 자신들의 것을 백인들에게 나누어줬던 그들. 하지만 그들은 백인들이 탐내던 땅을 가지고 있었다는 단 하나의 죄 아닌 죄 때문에 자발적인 나눔이 아닌 백인들의 총칼 앞에 착취당하고 만다. 결국엔 그들은 ‘보호구역’이란 곳으로 몰려 자연의 보호를 빼앗기고 만다. 이들의 슬픈 역사 속에서 한 송이 꽃처럼 피어나는 그들의 지혜의 글들은 우리의 삶의 지표로 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강자만을 지향하는 우리네 강퍅한 사회에 이러한 작은 지혜의 글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여유로움과 참 지혜를 깨닫게 하길 기원한다. 아울러서 많은 이들이 이 책의 따스함에 감염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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