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생애 믿음의 글들 19
엔도 슈사꾸 지음, 김광림 옮김 / 홍성사 / 1983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 기독교의 대부분의 교리에서 예수는 완전한 인성과 완전한 신성을 공유하고 있는 존재이다. 이는 말로는 쉽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교리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일반신도들 뿐 아니라 많은 신학자들도 이 중 어느 하나를 더욱 강조하고 반면 다른 하나는 무시하는 경향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 한국 기독교에서는 유독 예수의 인성보다는 예수의 신성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없지 않은 듯하다(이는 모든 한국 기독교를 말하는 것이 아닌 전반적인 분위기를 말한다). 이는 많은 기독교인들의 신앙이 기복신앙의 토양 위에 서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한쪽에 치우침은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우리 크리스챤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바로 엔도 슈샤꾸의 '예수의 일생'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신적 존재인 예수를 철저히 배제하며, 완전히 인간적인 예수의 생애에로 접근한다. 대부분의 내용들은 학자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보편적인 해석에 근거하지만 소설가다운 뛰어난 상상력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으며, 이는 단순히 무근한 상상이라기보다는 상당한 개연성을 가지는 상상이다.

저자는 성경의 모든 말씀이 다 사실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신앙의 공동체들에 의해 약간의 각색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본서가 우리의 신앙을 뒤흔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성경의 모든 말씀은 사실이 아닐지라도 신앙인들의 믿음으로 이루어진 신앙의 소산으로써 모든 글들은 진실이라는 관점에서 예수 이야기를 풀어간다.

예수가 어떻게 하여 갈릴리 사람들에게서 영향을 발휘하게 되며, 또 그들 중에서 제자를 삼게 되는가를 보여주며, 왜 그토록 예수에게 열광하던 많은 민족주의자들이 예수를 떠나게 되며 마침내는 예수를 십자가로 몰아넣는가를 저자는 매끄럽게 제시한다. 또한 저자가 말하는 예수는 성경전반에서 강조되는 기적의 예수이기보다는 무력하고 무능한 예수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함에 있어서는 자신을 십자가에 매달면서까지 아니 매달려서까지 자신을 배반한 유다와 자신을 부인한 제자들을 당신의 사랑으로 아우르는 예수, 이는 신성은 배제되었음에도, 여타 종교의 어느 신보다 더욱 큰 모습의 예수상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많은 분들이 엔도 슈사꾸의 '예수의 생애'를 읽고, 무능하고 무력하지마는 자신이 이 땅에 온 목적인 하나님의 사랑을 모든 이에게 전하려고 십자가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 사랑을 붙잡고 있는 예수의 안타까운 모습과 연약한 모습, 그리고 그로 인해 더욱 큰 모습으로 승화하는 예수님의 사랑을 깨닫는 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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