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원성 글.그림 / 이레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고적한 산자락에 바람결에 실려오는 청아한 풍경의 소리처럼 맑고 싱그러운 느낌과 한편으론 고즈넉하고 외로우면서도 따사로운 그리움과 한없는 정겨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책이 바로 원성 스님의 <풍경>이다.

본서는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출가'는 어머니의 서원에 의해 여린 나이로 수도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스님의 외로움과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 수 없는 눈물과 서글픔 등이 면면히 흐른다. 자신은 잊었다 자위하지만 문득문득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솟아오를 때면 자연 속에서 이를 애써 잊기 위해 몸부림쳤을, 하지만 그러한 적적한 자연 속의 삶이었기에 더욱 그리움에 몸서리쳤을 애틋한 동자승의 모습. 또한 자신을 외면한 듯한 어머니에 대한 원망도, 분노도, 서글픔도, 목놓아 울음까지도 오히려 어머니에 대한 이해와 연민의 정으로 승화시키는 동자승의 모습은 글들 전반에 흐르는 여리고 작지만 외로움과 더불어 산사의 포근하고 따사로움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2부 '산사에서'는 행자시절 힘에 버거운 모습들과 이런 버거움 속에서도 도반들(함께 수행의 길을 걷는 동반자)간에 느끼는 우정과 치기, 그리고 차 향기에 묻어나는 넉넉함과 여유로움이 도도히 흐른다. 이곳 2부에서는 함께함의 필요성을 생각케 한다. 감당하기 힘든 수행 가운데에서도 도반들간의 끈끈한 보살핌과 우정으로 인해, 오히려 여유로움과 정을 찾으며 행복해 하는 모습. 이는 각박한 현대사회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우리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 사랑을 전하면서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도전을 준다.

또한 3부 '깨달음을 찾아서'에서는 마냥 치기스럽기만 하던 동자승에서 어느새 차츰 깨달음의 사유를 하게 되는 성숙하고 원숙해진 모습으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1부에서 일면 느낄 수도 있는 암울한 분위기는 이곳에 이르러서는 깨달음과 희망의 분위기로 전환되며, 동자승은 자아성찰에 눈을 뜨게 된다.

마지막 4부 '열린 마음으로의 삶'에서는 여태껏 책의 전반부에 흐르던 애틋하고 풋풋한 동자승의 모습은 간 곳 없고 마치 득도한 스님의 모습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이 곳 4부의 글들은 좋은 글들이지만 마치 세상의 모든 것에 득도한 고승의 깨달음을 차용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여 마치 어린아이가 아버지의 커다란 양복을 입고 있듯이 '풍경'이라는 제목과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부분인 듯하다.

원성 스님의 <풍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각 페이지마다 실려있는 원성 스님의 그림들이다. 슬픈 듯한 눈망울, 그리고 순수하고 맑은 눈망울을 소유한 동자승 그림들은 우리의 영혼을 맑게 한다. 이들 동자승 그림들로 인해 그의 글들은 살아 우리의 가슴에 스며든다. 눈물이 고여 있는 눈망울조차도, 외로움에 떨고 있는 모습조차도 그의 그림들은 하나같이 맑고 순수하다. 세상의 때가 묻어 있지 않다. 이러한 순수함은 바로 원성 스님 자신이 세속의 때에 오염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맑고 청아한 풍경소리가 우리 영혼을 깨끗하게 해주듯 원성 스님의 글과 그림들은 우리의 심신을 맑게 해주며, 세상을 더욱 밝고 아름답게 여기도록 한다. 많은 분들이 원성 스님의 '풍경'을 통하여 맑은 마음과 세상을 밝게 보는 눈을 가지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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