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리산의 눈먼 벌치기
홍기 / 바오로딸 / 199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본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지만 어느 정도 픽션이 가미된 소설로써 벌을 치는 한 눈 먼 사람의 이야기이다. 우리 신체의 어느 부위인들 덜 소중하겠느냐만은 우리의 두 눈은 신체에 없어서는 안될 기관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두 눈의 고마움을 알지 못하고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이 사실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들에 만족하지 못하며,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요구함으로 인해 불평하고 이웃을 시기하며 사는 경우가 많다.
본서 속의 주인공인 눈먼 벌치기는 그러한 우리 일반인들보다 오히려 긍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보며 살아간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이 바로 자신의 행복임을 깨달으면서 살아간다. 어렸을 때(4살 때) 돌아가신 어머니, 사고로 인해 하반신 불구가 되어 눈먼 자신에게 의지하는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실 즈음 병에 걸려 시각을 완전히 상실한 자신, 오랜 세월 홀로 보내다 뒤늦게 얻은 자신의 생명보다 소중한 아내의 돌연한 죽음. 어느 것 하나 긍정적으로 세상을 볼 수 없을 것 같은 조건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두 눈을 볼 수 있는 우리보다 오히려 더욱 밝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물론 주인공 역시 자신의 그런 비관적이 현실로 인해 한때 자살을 시도하지만, 몸이 불편하여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아버지 때문에 자살을 포기하고, 그런 자신의 안타까운 현실에 솟구쳐 오르는 울화를 억누르기 위해 의미 없이 통나무에 구멍을 파서 벌통을 만든다. 이 우연의 산물인 벌통이 주인공의 인생을 바꿔놓는다.
이듬해 봄, 이 통에 벌이 찾아옴으로 두 눈이 성한 사람도 하기 힘들다는 벌치는 일을 시작하게 된다. 주인공은 모든 사물을 사심 없는 진정으로 대한다. 그런 그의 마음이 통하여 그가 치는 벌들은 자꾸 늘어나며, 그가 키우는 채소들은 언제나 싱그럽다. 모든 것을 진정으로 대하는 그에게 마을사람들도 벌치기의 일엔 자신의 일처럼 앞장선다. 하지만, 그러한 벌치기에게 가장 큰 위험은 역시 사람들이다. 벌치기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벌치기의 약점을 이용해 그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많은 악제 속에서도 주인공은 여전히 세상을 밝게 바라보며, 아내가 남긴 세 자녀를 키워간다.
본서를 읽으면서 세상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고 불공평하더라도 역시 세상은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곳임을 독자는 깨닫게 된다. 아니, 사실 감사할 것이 너무나 많은 조건에서도 오히려 세상을 불평하며 어두운 눈으로 바라본 자신을 반성하게 될 것이다. 눈이 멀었지만 오히려 성한 자보다 더 밝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사는 벌치기를 통해 많은 독자들이 세상을 밝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살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