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굿 빛깔있는책들 - 민속 8
황루시 지음 / 대원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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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우리 민족의 고유 종교인 무속에게 필요이상의 폄하와 멸시가 돌아갔던 것이 사실이다. 이 서평을 쓰는 본인 역시 기독교인으로써 그들 무속인들을 멸시하고 천시해 왔음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멸시와 폄시 이면에는 수 천년 동안의 집권세력들의 의도적인 정책과 기타 외래종교들의 무속 죽이기, 그리고 일제시대의 한민족정신말살정책의 일환으로써의 무속 폄하화가 그 기조에 깔려 있음이 사실이며, 이러한 인식이 차츰 생성되고 있다.

물론 무속이 오랜 기간 우리 민중들의 정서 속에서 기층문화로 자리잡았다 하더라도 그들이 여전히 경멸과 천대의 대상이며 이러한 갈등구조하에 그들 스스로 폐쇄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음이 현실이지만 위에서 언급한 자각 아래에서 민속문화를 발굴 전승시키려는 많은 노력의 결실로 인해 무속이 일정부분 양성화되었다.

본서는 이러한 무속신앙의 가장 대표적이며 또한 무속 종교의례 중 가장 큰 의례인 굿에 대한 연구물이다. 본서의 장점 중 하나는 이러한 굿에 대해 접하지 못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일환으로써 굿의 전개과정의 실제 모습이 사진이라는 시각적 표현으로 책 분량의 절반 가량 실려 있음이다. 이러한 실제 모습의 시각화을 통해 독자들은 굿의 사실적 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굿의 본래 의도는 공동체성의 회복을 지향하며, 산 자와 산 자, 산 자와 죽은 자, 그리고 신들과 인간들간의 화해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화해를 통해 인간의 안녕을 추구한다. 본서의 저자는 오늘날의 굿을 행하는 자들이 이러한 굿의 본래 의도인 공동체성의 회복과 공동체의 안녕을 바람을 점차 잃어가며, 개인의 복을 바라는(이러한 바람을 많은 무속인들과 무속연구가들은 기복신앙이라 말한다) 이기주의적인 굿의 형태로 변모하고 있음을 아쉬워하며 글을 전개해 나간다.

본서의 저자는 다른 연구가들에 비해 특이하게도 무속신앙의 신들간에는 어떤 순위가 없으며 계층이 없다 주장한다. 이는 바로 인간과 인간 사이에 차별을 두지 않는 평등한 마음이 투여된 신관이라 말한다. 하지만 이는 인간간의 평등성을 강조함이 지나쳐서 초래한 실수인 듯 하다. 대다수의 학자들은 무속신앙에 등장하는 많은 신들간에 어떤 권세나 힘의 차이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신들간에는 일정한 서열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특히 굿의 마지막 절차인 뒷전이 바로 이러한 하위 신들(잡신)에 대한 대접이라 말하고 있다.

하지만 본서의 저자는 오히려 이러한 뒷전이 있음 자체가 바로 신들간의 차등이 없음을 밝히는 단서라 주장하지만 이는 저자의 오판인 듯하며, 논리성이 결여되어 있다. 오히려 이러한 잡신들을 대접하는 뒷전을 하급신들, 즉 신들 사이에서조차 대접받지 못하는 그들에까지도 무속인들이 세밀한 관심을 가져줌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개연성이 있을 듯하다.

본서는 굿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밝히고 있는 장점을 가진 반면, 분량의 제한성 때문에 보다 세밀하고 자세한 내용과 깊이 있는 연구내용을 내포하지 못하는 단점 역시 가지고 있다.

끝으로 본서를 통하여 독자들이 한국문화를 올바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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