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집의 살인 집의 살인 시리즈 1
우타노 쇼고 지음, 박재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5인조 대학생 락 밴드 그룹 메이플 리프는 졸업 전 공연을 앞두고 단원 6명 전원이 합숙에 들어간다. 5인조 락 밴드인데, 단원이 6명인 이유는 어쩌다 보니 전속 카메라맨 이치노세가 단원으로서 모든 일정을 함께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미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 게미니 하우스라는 산장에서 합숙 연습에 들어가는데, 바로 이곳이 일명 긴 집이다. 기다랗게 여러 방이 쭉 이어져 있는 긴 집에서의 합숙 첫날 사건이 벌어지고 만다.

 

단원 가운데 한 명인 도고시가 실종된 것. 졸음이 온다며 먼저 방으로 들어간 그가 사라졌다. 단원들이 여러 차례 방을 확인했는데도 도고시도, 그의 짐도, 그가 아끼던 기타도 모두 사라졌다. 밤새 사라진 도고시. 그런데, 아침에 그의 시체가 방에서 발견된다. 그것도 이미 싸늘한 시체로. 그렇다면 이미 지난 밤 죽었다는 뜻인데, 시체가 움직일리는 없고 누가 애써 시체를 옮긴 걸까? 게다가 도고시는 육중한 덩치, 나머지 단원들은 모두 비루한 체형이다. 시체를 옮기기엔 무리인 단원들. 이렇게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고 만다.

 

그런데, 몇 달 후 마지막 공연을 하던 곳에서 공연 도중 또 한 명이 살해되고 만다. 이번엔 여 단원인 미타니가 피해자다. 이번에도 미타니는 사라졌다가 그 시체가 나타났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바로 이것 시체가 사라졌다 나타났다는 점. 그리고 이곳 역시 방이 적긴 하지만, 일직선으로 이어진 대기실들이 공통점이다. 일종의 작은 긴 집인 셈.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아니 누가 무엇 때문에 그리고 어떻게 살인사건을 저지른 걸까?

 

우타노 쇼고의 작품을 몇 권 접하며 작가를 알게 되었고, 작가의 <집의 살인 시리즈> 작품도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은 무려 <집의 살인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며, 자그마치 작가의 데뷔작품이기도 하다. 첫 작품을 쓰며 살인사건의 트릭에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집의 살인 시리즈>의 명탐정 시나노가 처음 등장하는데(당연히 첫 작품이니 처음 등장하겠지.), 참 오래 걸린다. 시나노가 등장하기 전까지의 탐정 역할은 이치노세가 담당한다. 이치노세의 관점에서 거의 대부분 소설이 진행되는데, 시리즈의 다른 작품을 먼저 읽은 고로 계속해서 시나노의 등장을 기대하게 되는데, 참 무던히 깜깜 무소식이다. 주인공(?) 시나노는 도대체 언제 나오는 거야? 하면서 읽다보니 포기할 때쯤 되니 나온다. 정말 그랬다. 진짜 나오긴 나오는 거야? 의문을 품었는데, 놀랍게도 바로 그 페이지를 넘기는 그곳에서 시나노가 등장하여 깜놀했다는...

 

마리화나를 당당하게 피워대는 주인공 시나노. 사건을 한 번 듣고 현장을 답사한 후에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사건의 진실에 도달해 버리는 천재 탐정 시나노. 그런 방탕한 천재 탐정 시나노의 활약에 누군가는 해방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껄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욜로족의 원조격인 시나노의 모습에 묘한 매력이 있음도 사실이다. 재미난 삶을 찾아 세계를 누비는 시나노, 그런 시나노에겐 살인 사건 역시 재미를 선사하는 유희일 뿐이다. 그래서 더욱 진실에 쉽게 접근하는 것은 아닐까?

 

이 소설 긴 집의 살인은 우타노 쇼고의 데뷔작이라는 점만으로도 작가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는 읽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본격추리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실망하지 않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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