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섬에 꽃비 내리거든

빛섬에 꽃비 내리거든
김인중.원경 지음 / 파람북 / 2023년 8월

얼마 전 읽은 손봉호 교수의 책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한국사회는 종교 간의 대화가 빈번한 사회라고 말이다. 정말 그런가 싶었는데, 생각해보면 그런 것도 같다. 아무튼 이렇게 종교 간의 대화가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이유는 불교도 기독교(천주교, 개신교)도 한국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여기 또 하나의 종교 간 대화의 열매가 있다. 이 책은 신부님의 그림과 스님의 시와 산문이 묶여 있다. 이는 예술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이뤄낸 열매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접근을 잘 보여주는 시가 있다.

동서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처소 없이 해와 달과 함께 꽃이 피거늘

서로 비추고 거울처럼 마주하노라면

저마다의 빛으로 향기 오간다

<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창 > 일부

그렇다. 이 책에서는 빛과 향기가 묻어난다. “빛의 화가”라 불리는 김인중 신부님은 스위스 유력언론인 <르 마탱>지에서 세계 10대 스테인드글라스 작가로 선정되었고, 샤갈이나 마티스를 뛰어넘는 화가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참 대단한 찬사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유명한 화가를 뛰어넘는 화가라니 말이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미술사가인 웬디 수녀에 의해서 다음과 같은 찬사를 들었다고 한다. “만일 천사들이 그림을 그린다면 그들의 예술은 틀림없이 그(김인중)의 그림과 같을 것이다.” 와~ 이런 찬사가 있다니. 이런 엄청난 분의 그림을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원경 스님의 글들을 통해서는 향기가 묻어난다. 마음이 맑아지는 시와 산문들, 차향이 묻어나는 글들이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원경 스님의 글들을 읽다보면, 이 글이 스님의 글인지 신부님의 글인지 문득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그만큼 종교의 선한 부분을 만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한 내 모습을 돌아보게도 한다.

우리의 가슴이 너무나 커서 / 늘 채워짐이 적다고 말하지 말고 /

우리가 스스로 작아져 / 늘 넘쳐흐른다고 말합시다

< 삶 > 일부

시를 통해 내 삶을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스님의 표현대로 “당신의 세계 속에는 / 무슨 계절이 오셨나요”(< 그대 안에 > 일부) 물으며 말이다.

이 책 『빛섬에 꽃비 내리거든』을 읽다보면, 책 제목처럼 내 삶이 한 줄기 빛이 비춰지며 예쁜 꽃비 가득 내리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