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샐러리맨의 유혹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27
헨리 슬레서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문출판사에서 출간되었던 <세계추리걸작선> 책들을 하나하나 모으고 있다. 어느덧 제법 많이 모였는데, <세계추리걸작선> 27번째 작품인 헨리 슬레서의 어느 샐러리맨의 유혹역시 그 가운데 한 권이다.

 

광고회사 카피라이터였던 작가는 취미로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잡지, 영화, 라디오, TV 대본까지 광범위한 집필활동을 해왔는데, 찾아보니 이미 2002년에 작고했다. 주로 단편보다 짧은 장편(掌篇)소설(또는 엽편소설)500여 편 썼다고 한다. 그가 쓴 장편(長篇)소설은 6편에 불과하지만 상당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 가운데 한 권인 어느 샐러리맨의 유혹19581월 출간되어 다음해 미국추리작가협회 최우수 신인상을 받은 작품이다. 광고업계에 몸담았던 작가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는 작품으로 소설 속 배경은 바로 광고회사를 중심으로 사건이 벌어진다.

 

광고회사 직원인 데이브는 출근하기 위해 열차 플랫폼에 들어서는 가운데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했나? 몰려드는 인파에 떠밀려 데이브는 그만 철로에 떨어지고 만다. 넘어진 그를 향해 열차는 맹렬하게 돌진해오고. 이제 끝이다 싶은 순간 그는 의식을 다잡고 플랫폼에 매달리게 되고 그를 향해 내민 여러 손을 붙잡고 간신히 위기를 벗어난다. 그런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혹시 누군가 자신을 일부러 민 것은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이렇게 데이브 주변에서 이상한 일들이 거듭 벌어지기 시작한다. 누군가 그의 약봉지를 바꿔 놓아 독약을 먹고 죽음 직전까지 가게 되고, 그의 주변 사람들이 하나하나 이상한 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과연 이게 무슨 일인가? 그런 데이브에게는 나쁜 일들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거래처 오너의 인정을 받으며 광고회사의 핵심인물로 떠오르기도 한다. 거래처 백작 부인의 달콤한 유혹에 시달리기도 한다. 뿐인가? 사장의 조카 아가씨와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심지어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도 하게 된다.

 

이 모든 일은 과연 연관성 없는 일들에 불과한 걸까? 아님 이 모든 것은 촘촘히 연결된 인과관계에 의한 것일까? 오싹한 죽음을 동반한 이상한 일들과 함께 고속승진이란 행운 사이에서 방황하던 데이브는 어느 날 회사에 감춰진 어둠, 비밀의 민낯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가장 큰 거래처인 이유식 회사의 광고 프로젝트에 감춰진 거짓과 기만의 행위다. 부부가 아이를 갖는 장면부터 시작하여 아이의 출생, 그리고 아이가 자라나는 과정을 찍으면서 이유식 회사 제품을 선전하는 프로젝트였는데, 알고 보니 모델인 아이가 이미 사망했고, 이를 은폐시키고 다른 아이로 바꿔치기 했던 것이다. 그리고 데이브 주변에서 죽어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이 비밀의 진실을 알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데이브 역시 이제는 그 비밀을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 데이브를 고속승진 시켜준 걸까? 과연 데이브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의 진실은 무엇일까?

 

어느 샐러리맨의 유혹1958년 작품이기에 요즘 소설들과는 다른 느낌이 있다. 광고회사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이기에 당시로 본다면 현대적 감각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그럼에도 시대적 한계로 인해 예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런 느낌은 오히려 고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매력적일지도 모르겠다. 사건을 추리해 나가는 탐정의 역할은 딱히 없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데이브가 아마추어 탐정 역할을 하긴 하는데, 이 역시 추리 자체는 엉성하다. 그렇기에 추리소설이 맞나 싶긴 하다. 그럼에도 소설이 끝나갈 때에는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고 있음에 묘한 느낌의 추리소설을 읽은 느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