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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 교유서가 소설 ㅣ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백건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평점 :
백건우 작가의 단편집 『검은 고양이』는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10권 가운데 한 권입니다. 책 속엔 두 편의 단편 「검은 고양이」, 「쥐의 미로」가 실려 있습니다.
두 편의 단편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감시사회”입니다. 두 편의 단편 모두 “감시사회”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감시는 때론 명확한 목적이 있기도 하지만, 때론 목적이 모호하기도 합니다.
「검은 고양이」의 주인공 ‘나’는 골통품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가 가진 얼마 안 되는 책 가운데 일부는 예전 헌책방을 하면서 모아두었던 것들입니다. 이 가운데 『홍문원』이란 책이 있는데,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책으로 일본 밀정이 만주에 있는 “홍문원”이란 건물을 오랫동안 감시한 내용 보고입니다. 이렇게 하나의 “감시사회”가 등장합니다. 이 감시는 명확한 목적을 가진 듯싶은데,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곳 홍문원은 오늘날 상가건물과 같은데, 그곳 사장들의 대부분은 전직 경찰들이랍니다. 그러니 이들은 일제의 앞잡이들이죠. 그런 그들을 감시하는 목적이 무엇일까요? 이들이 대부분 죄를 지은 순사들이니 일본에 반기라도 들까 염려했던 걸까요?
이런 『홍문원』이란 책은 골동품 거리에서 만난 하나의 그림으로 연결되는데, 이 그림은 바로 검은 고양이 그림이랍니다. 문제는 그림 속 검은 고양이가 어쩐지 ‘나’를 감시하는 것 같다는 거죠. 이렇게 ‘나’는 이 그림의 출처를 찾는 과정을 밟게 된답니다. 과연 그 끝에 만나는 진실은 무엇일까요? 오랫동안 43년간 미전향 장기수로 복역한 이를 향한 이 사회의 “감시”를 말하고자 함은 아니었을까요?
두 번째 소설 「쥐의 미로」는 그 감시의 목적이 더욱 모호합니다. 시간강사를 하다가 친지의 추천으로 얻게 된 일자리. 그곳에서 무엇을 하는지 비밀에 부쳐진 ‘나’의 작업은 모니터만 가득한 텅 빈 방에서 어느 한 인물을 감시하는 일. 무엇 때문에 감시하는지 알 순 없지만, 주어진 일을 해야만 하는 ‘나’. 그러던 어느 날 cctv 장면이 교차하면서 우연히 화면 속에 나타난 아내의 모습. 이렇게 ‘나’는 근무 지시사항을 어기고 아내를 찾게 되고. 결국 자신의 눈을 찌르게 되는 ‘나’. 이는 ‘감시사회’에 대한 그가 할 수 있는 저항일 터입니다.
이렇게 책은 ‘감시사회’에 대해 말합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누군가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세상입니다. 우린 집을 나서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에 오르면서부터 모든 것이 녹화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심지어 개인의 공간마저 누군가의 엿보는 악취미로 인해 자유로울 수 없고 말입니다. 이런 감시사회에서 우린 고양이를 키우고 있을까, 아님 쥐를 키우고 있을까요? 누군가에게 악용될 소지가 있는 고양이나 쥐라면, 그들의 눈을 찔러야 하는 걸까요? 아무튼 검은 고양이를 만나면, 어쩐지 그 시선이 묘하게 느껴질 것만 같습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