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의 수호천사 고래동화마을 13
이현지 지음, 김정은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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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지 작가의 장편동화 도둑의 수호천사2021 9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동화 부문 수상작입니다. 주인공 한나는 도둑입니다. 화장품 가게에서 향수를 잔뜩 훔쳐 도둑질 짝꿍인 지혜 언니에게 맡기면, 지혜 언니가 sns를 통해 판매하게 되고 그 수익금을 나누게 됩니다. 사실 는 돈 때문에 도둑질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재미로 합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도둑맞은, 즉 뭔가를 뺏긴 사람의 그 표정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한나는 담임 선생님의 틴트를 훔치지만 진짜는 핸드폰을 몰래 숨겨 놓은 겁니다. 휴대폰을 잃어버린 줄 알고 허둥대는 모습을 보며 즐기려는 겁니다. 친구들이 도둑이라고 욕해도 하나도 두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당하답니다.

 

그런 한나는 이모와 단 둘이 삽니다. 태어날 때부터 아빠는 없었고, 엄마 역시 몇 년 전 학교 앞에서 사고로 죽었답니다. 음주운전을 한 나쁜 새끼에게 말이죠. 한나가 도둑질을 하는 것은 바로 이 사고 때문이랍니다. 자신은 정말 소중한 사람을 빼앗겼는데, 정작 자신에게서 엄마를 빼앗아간 그 나쁜 새끼는 겨우 4년의 형벌뿐이었답니다. 4년이 지난다고 해서 자신의 엄마는 돌아올 수 없는데 말입니다. 이렇게 한나는 도둑질을 하게 된 거랍니다.

 

그 생각을 할 때마다 배에서 커다란 뱀이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밤새 침대에서 몸을 비틀고 난 아침이면 아무나 잡아서 목을 덥석 베어 물고 싶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훔쳤다. 도둑맞은 걸 알아채고 분노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게 나의 가장 큰 위안이었다.(52).

 

결국 한나는 학폭위원회에 회부되고, 이 일로 인해 한나는 가출을 하게 됩니다. 바로 지혜 언니 집이 가출팸이거든요. 이렇게 가출팸에서 보내는 한나는 유빈 언니로 인해 점점 궁지로 몰리고 맙니다. 유빈 언니에게 가출팸의 월세를 빌렸는데, 그것을 빌미로 유빈 언니는 백화점에서 고급 목걸이를 훔치게 하거든요.

 

점점 궁지에 몰리는 한나에게 수호천사가 등장합니다. 언젠가부터 이모 집을 기웃거리던 아주머니인데, 한나와 함께 하기 위해 가출팸에서 함께 생활합니다. 빨래, 청소, 음식을 담당하며 마치 한나의 엄마 역할을 자처하는 아줌마. 과연 아줌마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도둑의 수호천사는 음주운전으로 사랑하는 엄마를 잃은 13살 소녀의 먹먹한 이야기입니다. 동화의 처음 부분은 내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게 됩니다. 한나의 도둑질이 걸리면 어떨까 하는 조마조마함. 과거 회상 속에서의 사고가 날까 조마조마함으로 말입니다(물론, 이는 이미 벌어진 일임에도 조마조마하더라고요.). 그러다 소설 중반에서는 유빈이란 아이의 못된 모습에 분노하기도 하고. 후반에는 갈등이 봉합되고 한나의 상태가 조금씩 치유되는 모습에 눈물이 줄줄 흐르더라고요.

 

엄마를 잃고 못된 아이가 되어버린 한나의 모습이 정당화 될 순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어린 소녀를 그렇게 내몰아버린 사고는 단순히 실수라고 치부해선 안 될 무서운 범죄임에 분명합니다. 법의 강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린 음주운전을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이지만 말입니다.

 

엄마를 빼앗아간 그 못된 새끼가 다름 아닌 자신의 수호천사였음을 알게 된 한나의 배신감 내지 분노가 공감되었습니다. 섣부른 화해보다는 이미 함께 하던 시간을 통해 마음이 상당 부분 열려 있음에도 여전히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았던 나쁜 새끼를 향한 울분의 외침이 오히려 더욱 사실적으로 느껴지면서 먹먹했답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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