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사의 사랑
이순원 지음 / 시공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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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작가의 작품하면 제일 먼저 서정성이 떠오르게 됩니다. 읽어본 작품들마다 그랬던 기억입니다. 그런 작가의 추리소설이라니 조금은 의외였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작가의 30년 전 작품이 사회파 추리소설이었다고 하니 수긍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추리소설로 30년 만에 세상에 작품인 박제사의 사랑을 만났습니다.

 

박제사 박인수는 아내의 죽음 앞에 후회합니다. 자신이 그날 집에 들어갈 때 평소처럼 전화를 걸고 들어갔다면 아내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를 말입니다. 그날 아침 밤샘 작업 후에 들어간 집 안 화장실에서 박인수는 임신테스트기의 두 줄 표시를 보게 된 거랍니다. 정관수술을 한 박인수, 그렇다면 아내가 누군가의 아이를 가졌다는 뜻이죠. 결국 아내는 그 사내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죽음을 선택한 거랍니다.

 

이에 박인수는 아내가 끝내 감추고 세상을 뜬 그 당사자가 누구인지 밝혀내려 합니다. 아내의 죽음 뒤 발견된 아내의 통장을 정리하기 위해 찾은 은행에서 박인수는 아내가 죽은 그 날 누군가에게서 1천만 원이 입금된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장례식 이후 아내의 전화기로 걸려는 의심스러운 두 개의 전화번호. 박인수는 이 번호들을 상대로 아내의 죽음 뒤에 도사린 사람이 누구인지 추리해나갑니다.

 

이순원 작가의 글은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다르진 않네요. 서정성이 가득하답니다. 글이 너무 예쁜 것 아닌가 싶어 추리소설의 느낌을 반감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또 한편으로는 그래서 더욱 추리소설로서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다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여기에 더하여 주인공의 직업인 박제사의 작업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죽음에 맞선다면 맞서는 직업인 박제사, 그의 작업이 죽음 이후에 사체에 새로운 옷을 입히는 작업이라면, 자신의 아내의 죽음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진실을 향해 나아감은 죽음을 감추고 있는 허울을 벗겨 내는 작업이기에 이런 두 작업이 묘한 어울림을 주고 있는 소설입니다.

 

사실 박제사 박인수의 추리는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것 같지만, 그 진실들은 실상 사건의 진상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추리가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져 좋았답니다. 박제사의 추리가 명탐정 홈즈와 같다면 오히려 더욱 괴리감이 있을 테니 말이죠. 나름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 추리와 달리 급작스런 사건의 해결이 조금은 아쉬웠답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이런 결말을 작가는 미리 곳곳에서 힌트를 주고 있었다는 사실, 그러니 급작스런 봉합이 아닌 나름의 반전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언제나 편안한 글로 독자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작가의 추리소설이기에 사실 그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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