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을 찾아라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24
패트리셔 매거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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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평소 좋아하던 두 작가의 소설이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어 연달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조인계획과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살의가 모이는 밤이란 작품입니다. 이 가운데 살의가 모이는 밤을 쓴 작가 니시자와 야스히코는 자신의 작품 살의가 모이는 밤을 쓰면서 커다란 아이디어 하나를 히가시노 게이고의 조인계획에서 가져왔다고 밝혔습니다. 그 아이디어란 다름 아닌 범인이 추리한다는 발상입니다. 흔히 탐정이나 형사가 추리하는 역을 맡게 마련인데, 범인이 추리한다는 발상을 니시자와 야스히코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조인계획을 읽으며 인상 깊게 느꼈던가봅니다. 그러면서 작가는 이러한 접근의 작품이 이미 더 있을 수 있겠지만, 자신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외엔 모른다고 밝혔답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이유는 바로 그런 접근, 범인이 추리하는 소설을 우연히 만났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책 패트리셔 매거란 작가의 탐정을 찾아라란 작품이 그것입니다. 이 소설이 1948년 작품이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조인계획과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살의가 모이는 밤, 이 두 작품이 택한 접근, 범인이 추리하는 발상의 원조격인 셈이죠(물론 그 이전에 이와 같은 접근이 있을 순 있겠지만 말입니다.).

 

소설은 외딴 산장(호텔이라 불리고 있다.)에서 벌어집니다. 때 아닌 눈이 많이 내린 날 호텔의 주인은 부인에 의해 죽임을 당합니다. 남편을 죽인 범인인 이 부인은 매우 아름다운 미인인데, 그녀의 꿈은 부자가 되는 것이죠. 그녀에게 이 꿈을 이루기 위한 방법은 3가지뿐이랍니다. 유명한 가수가 되는 것, 그리고 부자와 결혼하는 것, 마지막은 부자에게 상속받는 것이 그것인데, 이 가운데 유명한 가수가 되는 것은 3류 배우였던 그녀에겐 이미 이룰 수 없는 꿈입니다. 그렇기에 그녀가 선택한 것은 부자와 결혼하는 것이었고 실제 엄청난 부자와 결혼했답니다. 그런데 남편은 기껏 외딴 곳에 지어진 호텔을 운영하며 살고 있답니다. 도시와는 동떨어진 아무것도 없는 산속에서 틀어박혀 산다면 많은 재산이 무슨 소용이겠어요. 이렇게 그녀는 세 번째 방법을 택하게 된답니다. 남편의 엄청난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남편을 죽이려는 것이죠. 게다가 남편은 몸이 약하기에 아무도 남편의 죽음을 의심하지 않을 상황.

 

그런 상황을 만들어 놓고 기어이 남편을 죽이게 되는데, 남편은 죽기 직전 말합니다. 아내가 자신을 살해하려는 결정적 증거(아내가 자신을 독살하려 했던 독약을 먹지 않고 숨겨둔 것.)를 모처에 남겨 놓았고 자신의 친구인 탐정에게 이미 사정을 설명했다는 겁니다. 이렇게 아내(마거트)는 호텔에 찾아오게 될 탐정을 찾아내야만 합니다.

 

마침 남편의 죽음과 함께 3명의 남성과 한 사람의 여성이 호텔을 찾게 됩니다. 이렇게 이들은 눈이 많이 온 외딴 산장에 고립되고 마는데, 과연 이 가운데 누가 탐정일까요? 마거트는 이들 가운데서 탐정을 찾아내 사고로 위장하여 죽이려 합니다. 완전범죄를 꿈꾸며 말입니다. 과연 탐정은 누구일까요? 그리고 마거트는 자신의 계획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요?

 

눈 덮인 고립된 호텔에서 일어나는 살인의 광기가 돋보인답니다. 그런데 정말 탐정은 누구일까 궁금하답니다. 아울러 마거트의 광기의 끝엔 무엇이 기다릴까요? 이렇게 소설은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르기 위한 범인의 추리로 진행된답니다.

 

해문출판사에서 출간된 <세계추리걸작선> 24번째 책인 이 소설은 무엇보다 범인이 추리해나간다는 점에서 색다름을 느낄 수 있으며, 범인을 찾아나가는 추리 뿐 아니라 완전범죄를 위한 머리싸움이 돋보입니다. 이미 70여 년 전의 작품이기에 조금은 잔잔한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설을 읽는 가운데 언젠가부터 몰입되어 있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옛날(?) 소설의 느낌이 때론 답답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재미납니다. 해문출판사에서 출간된 <세계추리걸작선> 시리즈 작품들을 하나하나 찾아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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