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의 변신 푸른 동시놀이터 12
박금숙 지음, 안예리 그림 / 푸른책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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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의 변신이란 제목의 동시집은 박금숙 시인의 첫 번째 동시집입니다. 그런데, 시인의 연혁을 보니 올해 환갑의 나이네요. 아무리 요즘 환갑은 한창 때라고 할지라도 그럼에도 늦었다 할 수 있는 나이에 선보인 첫 번째 동시집, 그래서 더 귀하단 생각을 하며 시집을 펼치게 됩니다.

 

여전히 동심의 아름답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시인에 의해 수많은 대상들이 시어를 통해 생명을 얻게 됩니다. 별똥별이 갖고 있는 낭만 때문일까요? 별똥별에 대한 동시가 여럿 눈에 띕니다. 그런데, 별똥별은 하늘에서 별이 탈출한 거랍니다. 왜냐하면 이라 불리는 자기 이름에 불만이 있어서래요.

 

여기는 밤하늘 경비대! // 어젯밤 / 별똥별이 / 하늘에서 탈출했다, 오버. // 자기 이름에 불만이 있어 / 탈출했다는 말도 있는데 / 확실한 이유는 모른다, 오버 //

<별똥별을 찾아라> 일부

 

요즘 아이들이 같이노는 풍경을 풍자한 노래도 있답니다. 우리 집 아들 녀석도 친구와 아파트 놀이터에서 만나 함께논다고 하더니 보니 둘이 나란히 앉아 자신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더라고요. 물론, 그 역시 요즘 아이들의 풍경이고 놀이이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시인의 눈에는 역시 이런 모습이 조금 안타까웠나 봐요.

 

건휘가 놀자고 해서 / 놀이터에서 만났다 // 벤치에 앉아 / 각자 스마트폰으로 / 신나게 게임만 했다 // 이럴 거면 우리 왜 만나? // 건휘가 배터리가 떨어졌으니 / 집에 가자고 했다 // 내 배터리도 10퍼센트라 / 오케이! / 하고 돌아섰다 // 안녕- / 바이- / 만나서 단 두 마디하고 헤어졌다 // 이럴 거면 우리 왜 만나?

< 아리송해 > 전문

 

아이가 결석한 이유를 재미나게 풀어낸 동시도 있어 즐거웠답니다. 매일 엉덩이로 깔아뭉개 힘겨워하는 의자도 쉬게 하려는 것이라는 귀여운 마음 내지 영악한 핑계가 예쁘게 다가옵니다. 이런 예쁜 이유의 마음이라면 가끔씩 결석하는 것도 용납해야 할 것만 같아요.

 

-삐그덕삐그덕 // 선생님, / 의자가 많이 아픈가 봐요 / 그렇겠지요 / 아파도 많이 아프겠지요 // -삐그덕삐그덕 // 선생님, / 의자한테 못된 짓 한 / 내 마음도 의자처럼 아파요 // 하루 종일 / 내 엉덩이를 받치고 있는 의자 // -삐그덕삐그덕 // 선생님, / 오늘도 의자 좀 쉬게 해 줄게요

< 결석한 이유 > 전문

 

이처럼 시인의 손끝에서 사물들마저 생명을 얻게 됩니다. 어쩐지 내 의자에게 미안해집니다. 그 외에도 세월호의 아픔을 되새기게 하는 먹먹한 동시도 있고, 노년의 삶을 향한 돌아봄의 시간을 갖게 하는 동시들도 있답니다. 늦었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시인의 동시처럼 앞으로도 수십 번의 봄을 목련꽃을 보며 시인의 창작활동이 계속되어 더 많은 동시집을 만나게 되길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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