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력의 태동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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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많은 시리즈 가운데 독특한 시리즈를 하나 뽑으라면 <라플라스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판타지와 SF, 그 중간의 어디쯤에 위치한 소설이다. 이 시리즈는 프랑스 수학자 라플라스에 의해 만들어진 가사의 존재인 라플라스의 악마란 존재가 실제 소설 속에 등장한다. “우주에 있는 모든 원자의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알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이것은 뉴턴의 운동 법칙을 이용해, 과거, 현재의 모든 현상을 설명해주고 미래까지 예언할 수 있다.”는 바로 그 존재 라플라스의 악마가 말이다. 바로 이런 존재 자체가 판타지와 SF의 느낌을 풍기게 된다.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인 마력의 태동: 라플라스의 탄생은 전작 라플라스의 마녀의 프리퀄 소설이다. 라플라스의 마녀에 등장하던 소녀 마도카가 이번 이야기 속에 등장한다.

 

침구사 구도 나유타는 스승에게 물려받은 환자들의 호출이 있을 때면 찾아가 침으로 환자를 치료해주곤 한다. 이제는 한물간 스타 스키 점프 선수의 호출로 출장을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이상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바로 그녀가 마도카다. 왜 이 선수가 한물갔는지,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한 눈에 알아본 이상한 소녀. 마도카는 제안한다. 자신이 신호를 보내면 그 때 출발하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무슨 판타지도 아니고, 이런 말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 그런데, 정말 마도카가 말하는 순간 출발하자 한물간 스키 점프 선수가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된다. 과연 마도카의 능력은 무엇일까?

 

사실 마도카의 능력은 소설 속에서 비밀도 아니다. 이 능력은 곧장 독자들에게 알려진다. 마도카가 바로 라플라스의 악마. 바람의 흐름, 물을 흐름 등을 한 눈에 읽고 파악할 수 있다. 아마도 이 능력은 그의 아버지인 천재 뇌의학자 우하라 박사와 연관이 있을 것 같다(여기에 대해 전작인 라플라스의 마녀에서 밝혀졌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솔직히 라플라스의 마녀의 내용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번 소설의 마지막 이야기를 읽으며 그나마 조금 되살렸을 뿐.).

 

아무튼 마도카는 이런 능력을 이용하여 각자 다양한 이유로 인해 좌절할 수밖에 없는 이들을 돕는다. 한물 간 스키 점프 선수를 돕고, 투수의 공을 잡을 수 없는 포수를 도우며, 장애를 가진 아들이 물에 빠져 죽어가는 모습에서 이성적 판단을 했던 자신을 아빠의 자격이 없는 자로 몰아세우던 나유타의 고교 스승을 돕는다. 섣부른 커밍아웃으로 오랜 연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자책으로 음악을 포기해버린 작곡가를 돕기도 한다.

 

이런 모든 일들은 침구사 나유타와 라플라스의 악마의 능력을 가진 마도카가 함께 해결해나간다. 그 내용은 미스터리라기보다는 감동소설의 느낌이 가득하다(특히 가정 안에서의 감동이 주를 이룬다.). 마지막 이야기인 마력의 태동만이 미스터리의 색깔이 강한데, 그 마무리는 역시 감동이다(이 역시 가정의 사랑이란 주제로 감동을 건든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를 읽고 난 후엔 어쩔 수 없이 첫 번째 책인 라플라스의 마녀를 다시 찾을 수밖에 없다. 책의 출간 순서는 라플라스의 마녀가 먼저지만, 이 책 마력의 태동을 먼저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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