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탈출 구역
김동식 외 지음 / 책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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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탈출 구역이란 제목의 이 단편소설집은 4명의 작가의 5개 단편이 실린 SF단편소설집입니다. 어쩌면 SF이 현실 자체가 일상의 탈출일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SF세계 속에서 펼쳐지는 일상탈출 이야기들이 소설집 속에서 가득 펼쳐집니다.

 

하늘 문 너머는 그 소재가 참 기발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 문이 생겼습니다. 그리곤 외계인들이 찾아와 들려준 말은 이 세상은 가짜라는 겁니다. 저 문을 넘어가면 진짜 현실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겁니다. 문을 향해 눈을 감고 문을 넘고자 하는 마음을 품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한 번 넘어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합니다. 어쩌면, 이 세상이 가짜라면 돌아올 필요도 없겠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문을 넘어 사라지게 됩니다. 과연 문을 넘어 진짜 현실로 가야하는 걸까요? 그렇다면 이곳은 정말 가짜인 걸까요? 이런 고민이 소설 속 주인공을 흔듭니다.

 

로봇 교장은 학교에 부임하게 된 AI 교장 선생님으로 인해 겪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모든 것을 이끌게 되는 AI. 그런데 너무나도 이해할 수 없는 교칙들뿐이랍니다. 과연 이런 교칙이 필요한지도 알 수 없는, 무의미하기만 한 교칙들. 이런 교칙 앞에 어떤 이들은 AI가 하는 일이니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분명 가장 필요한 것들을 내세운 교칙이라 말하며 순응합니다. 하지만, 또 한쪽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교칙에 문제제기를 합니다. 과연 어떤 반응이 옳은 것일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교칙들로 가득하진 않은지. 그리고 우린 그 안에서 그저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우주를 건너온 사랑은 우주 속에서 싹트는 우정과 사랑 이야기입니다. 지구에서 배양된 채 출발한 클론들. 그들은 오랜 우주여행의 시간 동안 사람의 형체를 갖추게 되고 클론으로서 우주 정거장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오랜 우주여행이 필요했던 과학기술은 그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거쳐, 웜홀을 통해 빠른 이동이 가능해지게 됩니다. 그렇게 클론들에 걸었던 기대는 필요 없게 되어버립니다. 소피아는 클론입니다. 아직 미성년자인 나이의 소피아는 우주 정거장을 떠나 험다중앙공연장에서 일하게 되는데, 이곳에서 한 아이를 만나게 되고 그 아이와의 우정을 쌓게 됩니다. 클론이란 신분, 그리고 아직 미성년이란 자리가 같은 일을 해도 대우에 차별을 받게 합니다. 이처럼 우주 공간에서 펼쳐지는 차별, 그런 차별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 그리고 멀고 먼 우주까지 찾아온 엄마의 사랑. 이렇게 우주를 건너온 사랑은 차갑기만 한 우주 공간에서 펼쳐지는 따스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구름이는 어디로 갔나1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초대형 유람 우주선을 관할하는 슈퍼 인공지능이 휴가를 가기 위해 시스템을 점검하던 가운데 한 로봇이 사라졌음을 발견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결코 사라질 수 없는 시스템 속에서 어디에도 흔적을 발견할 수 없는 로봇. 과연 그 로봇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구름이는 어디로 갔나는 읽는 내내 두서없는 것 같지만, 재미난 수다를 곁에서 듣고 있는 것만 같았답니다. 입력된 정보대로만 움직이는 로봇, 딱딱한 몸채, 이것이 로봇에 대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 생성되기 시작한 감정이란 보물. 그 따스한 선물을 발견하게 해줍니다.

 

아라온의 대모험은 환경파괴가 상당히 진행된 멀지 않은 미래에 남극에서 펼쳐지는 모험입니다. 따스한 날씨의 남극, 그곳에서 떨어져 나온 얼음덩어리 속에 갇힌 탐사선. 그곳에서 구출된 아라 라온 쌍둥이 남매는 아직 그곳에 남아 있는 아빠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시작합니다. 과연 그 모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아라온의 대모험은 재미난 모험 이야기입니다. 반전이 감춰진. 하지만, 진정한 모험은 이렇게 파괴된 세상을 바라보며, 그 세상이 우리에게 찾아오지 않도록 만들어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대모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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