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일제 침략사 - 칼과 여자
임종국 지음 / 청년정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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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 가운데 가장 암울한 역사를 꼽으라면 누구나 구한말의 어지러운 역사와 일제강점기 통한의 역사를 꼽게 마련일 게다. 그렇기에 더욱 알아야 하는 역사가 이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 대해서는 수많은 역사서들이 있다. 그런데, 매우 독특한 역사서를 만났다. 칼과 여자: 밤의 일제 침략사란 제목의 책으로 저자는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며 재야사학자인 임종국 선생으로 1989년에 타계하셨다고 한다.

 

이 책은 2004년에 처음 출간된 책으로 이번에 다시 출간되었다. 책 속의 글은 이미 30년도 훨씬 지난 글들이다. 그렇기에 용어가 오늘날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예스러움이 있기도 하다. 게다가 저자는 역사상의 호칭은 단지 개인의 취향이나 주관과 평가에 의해서 함부로 바꿔 불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책속에 등장하는 용어들 가운데는 오늘 우리의 정서에 맞지 않는 용어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30여 년 전의 작업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읽는다면 별문제는 없을 듯싶다(물론, 그럼에도 정신대와 같은 용어는 오늘날에는 합의가 이루어진 용어이기에 성노예라는 용어까지는 아니더라도 위안부라는 용어 정도로는 편집부가 고쳐 기록하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싶긴 하다.).

 

그럼에도 이 책이 대단히 흥미롭고 값어치 있는 결과물이라는 것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여성과 밤이라는 주제로 접근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말한다. 일제가 우리에게 들어올 때, 한 손에는 칼을, 그리고 또 한 손에는 기생(여기에서의 기생은 예기라기보다는 창녀를 의미하는 쪽이 더 강하다.)을 거느리고 조선에 왔다고.

 

책을 읽다보면 정말 가십거리와 같은 야사를 읽는 느낌이지만, 그럼에도 그 안에 담겨진 의미를 발견하게 될 때에 가볍게 여길 수 없는 힘이 있다. 일제가 구한말 그리고 일제강점기를 준비하며 방탕하고 문란한 성문화를 가져온 이유를 저자는 말한다. 이는 구한말 집권층의 정치적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출구였으며(마치 어느 독재자가 자신을 향한 불만을 분산시키기 위해 프로야구를 출범시킨 것과 같다.), 유산계층이 여자에 재산을 탕진케 함으로 민족자본의 형성을 막으며, 또한 청년층의 민족의식을 주색으로 마비시키기 위함이었다고 말이다. 이런 설명이 참 설득력이 있다.

 

이렇게 시작된 이들의 여자 정치는 여성을 친일간첩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요정정치를 통해 매수와 회유 정치를 펼치기도 하는 등 때론 매우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이용되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구한말 국사공부를 할 때면 우리 선조들이 펼친 금연, 금주를 통한 국채보상운동이 꼭 등장하며 일견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했는데, 이러한 국채보상운동의 배경 내지 이면에는 밤의 역사 속 막대한 화대까지 포함되어 있었다니, 정말 오호통재로다.

 

책을 읽으며 또한 흥미로웠던 것 가운데 하나가 술자리에 관료나 유지들이 앉아 있고, 그 사이사이 기생들이 끼어 앉아 술을 따르고 마시는 11 술자리는 일제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저자의 주장이다. 이 주장이 옳다면, 우린 일제의 망령 속에서 여전히 방황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어 씁쓸했다. 여전히 우린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 속 시대극에서 11 술자리의 모습이 빈번하니 말이다. 그것이 일제의 잔재인줄도 모르고 말이다.

 

아무튼 이 책, 칼과 여자: 밤의 일제 침략사는 일제의 침략에 여성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잘 보여주는 뜻깊은 작업물로 큰 의미가 있는 저작이라 여겨진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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