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속의 엄마를 떠나보내다 고블 씬 북 시리즈
남유하 지음 / 고블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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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들녘의 장르문학 브랜드인 고블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단편소설 시리즈인 <고블 씬 북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인 남유하 작가의 얼음 속의 엄마를 떠나보내다를 만났습니다.

 

소설의 배경은 겨울이 지나면 겨울이 찾아오는 장소입니다. 언제나 겨울만 계속되는 마을, 봄이 보이지 않는 마을, 그곳에서 자칫 얼어붙을 수밖에 없는 이들의 마음이 더욱 얼어붙을 수밖에 없는 먹먹한 상황, 그러나 그런 상황 속에서도 다시 타오르게 되는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주인공인 소녀 카야는 어머니를 떠나보내야만 합니다. 마을의 풍습은 죽은 사람에겐 물을 부어 얼음 관을 만들어 집 앞에 세워두게 됩니다. 그러면 얼음 관 안에 있는 사람은 에니아르가 되어 가족들을 지켜준다고 믿고 있답니다. 카야의 엄마 역시 얼음 관에 들어가 집 앞에 세워지게 됩니다. 엄마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던 카야는 점차 엄마의 죽음을 인정하게 되고 얼음관 속 엄마에게 하루 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이렇게 엄마의 죽음에 점점 익숙해져갈 무렵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옵니다. 마을을 먹여 살리는 고마운(?) 회사의 사장이 엄마의 관을 탐내기 시작합니다. 따뜻한 집과 배부른 음식을 미끼로 카야의 아빠를 회유합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움켜쥐고 있는 사장의 말을 쉽게 거부할 수 없는 아빠는 그렇게 아내의 관을 사장에게 넘기게 됩니다.

 

이제 카야는 매일 같이 언덕 위의 저택으로 올라가 그곳에 세워진 엄마를 만나곤 합니다. 그런 카야에게 다정하게 다가와 집 안에서 엄마를 볼 수 있게 배려하는 사장, 하지만, 사장에겐 끔찍한 검은 마음이 담겨 있답니다. 생각할 수도 없었던 끔찍한 욕망의 어두움이 말입니다. 그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요, 그리고 그 위기 앞에서 카야는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얼음 속의 엄마를 떠나보내다는 봄이 오지 않는, 겨울만이 반복되는 마을이 먹먹함을 자아내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힘을 가진 자들의 폭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그런 폭력 앞에 미약하지만, 자신의 소리를 내고, 항거하는 모습이 가슴을 뜨겁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런 폭력에 병합하여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못된 어른들의 민낯도 보게 되어 분을 내게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답니다. 이 시리즈의 다른 작가의 다른 작품 역시 궁금해집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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