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여야만 해 - 정해연 장편소설
정해연 지음 / 손안의책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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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연 작가의 장편 소설 너여야만 해는 엔솔로지 단편집 카페 홈즈에 가면?(서울: 손안의책, 2019)안에 실린 단편소설 너여야만 해가 확장된 작품입니다. 단편 너여야만 해가 이 책의 1장에 너여야만 해-그들이란 이름으로 거의 그대로 실려 있습니다. 카페 홈즈의 흔적만이 지워진 채 말입니다. 그러니 어쩌면 엔솔로지 단편집 카페 홈즈에 가면?을 읽은 독자들에게는 더욱 반가운 작품일 수 있겠네요.

 

소설은 라이터라 불리는 소년 방화범 정모가 어느 창고에 불을 지르며 시작됩니다. 방화 사건을 추격하며 용의자를 좁혀와 결국 체포된 정모. 그런데, 정모는 살인 및 방화 혐의로 체포됩니다. 정모는 방화는 인정하지만 살인은 극구 부인합니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이렇게 시작된 사건은 피해자 가정이 가해자 가정이 되기도 하며 또 다른 사건으로 서로 얽히고 얽히면서 진행됩니다. 각기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관점에서 누군가를 향해 너여야만 해란 마음을 품게 됩니다. 아내의 범행이 감춰지기 위해선 범인이 너여야만 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 묘한 경쟁관계에 있으며 상대적으로 자신이 부족하다는 콤플렉스를 가진 친구사이 그래서 이 불행의 주인이 다른 사람이 아닌 너여야만 해생각하는 자. 나의 새로운 삶을 위해 희생해줘야 하는 것이, 그리고 체포되어야 할 사람이 너여야만 해생각하는 자들. 자신의 자유를 위해 사라져야만 하는 것이 너여야만 해생각하는 자들. 이들의 생각은 그저 생각에서 머물지 않고 행동으로 옮겨집니다. 그 행동이 사건을 만들어 내고, 사건의 방향을 결정하게 되죠.

 

그런데 모두들 자신을 위해 누군가를 향해 너여야만 해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가장 큰 수혜자이자 최후의 승리자는 누가 될까요? 사실 대부분의 등장인물의 너여야만 해가 온전히 이루어지진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 삶이란 게 이처럼 바람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그 가운데서도 자신의 바람을 이룬 사람은 있답니다. 누구일지는 소설을 통해 확인해 보세요.

 

길지 않은 200페이지 남짓 짧은 소설이지만, 그 잔상이 상당히 오랫동안 남게 되는 소설입니다. 오늘 나는 누군가를 향해 너여야만 해를 외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게도 되고요. 더 나아가 그 너여야만 해가 불행이나 희생의 강요가 아닌 누군가를 향한 축복의 외침이 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네요. 정해연 작가의 작품을 그리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읽어본 작품들이 모두 매력 가득하네요. 그 출구 없는 매력으로 인해 쉽게 헤어나지 못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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